창간 기획 `이슈 포항` ⑶
포항운하 유휴부지 개발방향 진단

▲ 공급 공고된 D3 상업용지(판매/숙박시설). /포항시 제공

포항시 남구 송도동, 죽도동, 해도동 일원 물길 복원 구간 827가구, 2천200여명의 주민들이 이주한 끝에 탄생한 포항운하. 이는 오염된 수질의 개선과 낙후된 도심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포항시민의 염원이 있기에 가능한 사업이었다.

이후 국비 322억원, 도비 24억원, 시비 154억원, 포스코 300억원, LH 800억원, 총 1천600억원의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되며 전국 최초의 도심 속 관광·레저형 운하로 탄생한 `포항운하`는 2013년 11월 2일 통수식을 통해 마침내 40여년간 단절됐던 형산강과 동빈내항간 물길을 하나로 이었다.

개통 3년이 지난 현재, 과연 포항운하는 `오염된 수질의 개선과 낙후된 도심을 활성화` 하고자 하는 본래 목적을 얼마나 달성했을까. 그중에서도 매번 매각이 수포로 돌아가며 더딘 개발을 보이고 있는 운하 유휴부지에 대해 진단해 본다.

포항운하 유원지 면적 총 9만6천330㎡ `덩그러니`
구역별 용도·비싼 땅값 이유 기업들 부정적 평가

市, 상업시설용지 일괄매각→개발매각 변경에
LH, 해도 수변유원지 저렴한 가격에 분양 공고
일부 긍정적·난개발 우려 등에 안전장치 마련도

□ 운하 준공 이후 부지 매각 빨간불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운하 유원지 면적은 총 9만6천330㎡(공공시설 6만2천330㎡, 상업시설용지 3만3천999㎡). 당초 포항시는 공공시설에 도로와 조경, 수경, 녹지 등을 조성하고 상업시설에 워터파크, 비즈니스호텔, 여관, 테마파크, 수변상가 등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이 중에서도 매각에 어려움을 겪으며 포항운하를 삭막한 곳으로 만들고 있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곳이 바로 LH 포항사업단이 총괄하고 포항시가 행정적 지원을 뒷받침하고 있는 상업시설용지다. 2014년 4월 30일 정식으로 포항운하가 준공되고 그해 7월 LH공사 주관으로 시설용지 매각이 시작됐으나 선뜻 투자에 나서는 곳이 없었다.

비싼 땅값도 부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무엇보다 지정돼 있는 구역별 용도로는 땅을 매각하는데 걸림돌이 많았다. 부지 자체가 협소하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어 누가 보더라도 워터·테마파크나 호텔이 들어서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고, 유흥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더구나 포항시가 동분서주하며 일괄 매각을 위해 나섰으나, 접촉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사를 밝혀 상업시설용지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졌다. 결국 일괄 매각과 개별 매각을 두고 `난개발이냐 아니냐`하는 소모적인 논란만 지속된 채 매각 사업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 포항운하관 방향에서 내려다본 운하. 오른쪽에 유휴부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 포항운하관 방향에서 내려다본 운하. 오른쪽에 유휴부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 입지규제 최소구역 지정

이러한 가운데 입지규제 최소구역 지정으로 포항운하의 상업용지 매각에 청신호가 켜졌다. 2015년 11월 포항 해도수변지역 일대가 전국 최초 `입지규제 최소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빈내항 주변에 있는 해도수변지역 약 9만6천㎡ 부지가 학교정화구역 내 숙박시설 허용은 물론 부설주차장 설치기준과 대지 내 공지기준 등의 건축규제를 완화받게 됨으로써, 앞으로 포항운하 개발이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는 포항운하 상업용지의 한계점을 더욱 명확하게 하는 계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포항시가 상업시설용지의 도시관리계획상 용도를 변경하는 강행수를 뒀음에도 나서는 투자자는 없었다. 결국 1천억원이 넘게 투입된 포항운하 개발이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6년 11월, 포항시의회 이순동 시의원은 시의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포항시가 자랑하며 내걸었던 워터파크, 테마파크, 호텔, 수변 상가 등을 신축할 유원지 부지 조성사업은 아예 시작도 못하고 크루즈 사업이라는 명목만 유지한 채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황량한 벌판으로 지금까지 방치돼 오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대책을 주문했다.

이어 이 의원은 “포항시는 더욱 철저한 사업성에 대한 검토, 지역민에게 끼치는 영향, 주변 환경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의 검토가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포항운하 주변 상업용지 개발 조감도.   <br /><br />
▲ 포항운하 주변 상업용지 개발 조감도.

□ 결국은 개별 매각으로, 공급금액은 더욱 저렴하게

결론적으로 포항운하 상업시설용지 매각은 2014년 6월 최초 입찰공고 당시 2필지(704㎡)가 15억2천600만원에, 지난 2016년 11월 2차 입찰공고에서 1필지(364㎡)가 7억8천300만원에 팔린 성과가 전부다. 이에 더는 기다릴 수 없던 LH공사 측에서 올해 2월 17일 포항시에 분양률 저조에 따른 개별 필지 매각 방안 협조를 요청했고, 4월 18일 포항시는 포항시 경관위원회 자문 절차 수행이라는 조건을 달고 일괄 매각 추진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개별 필지 매각에 손을 들어줬다.

결국 포항시가 일괄 개발 및 블록별 개발의 난항에 따라 개별 필지 매각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내보인 것이다.

LH는 즉각 빠른 행보를 보였다. 지난 6월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 및 숙박시설 건립이 가능한 상업용지 3개 블록(21필지 총 1만3천591.9㎡ 규모)의 공급을 공고한 것. 특히 분양가가 기존 800만원 내외였던 것에서 수요에 맞게 조정되며 500만원 내외로 많이 저렴해졌다. 물론 블록단위 매각이 우선순위기는 하지만 2순위로 개별 필지 단위매각이 가능해지고, D3블록 543-4 지번의 경우 공급예정금액은 4억1천900여만원의 저렴한 편이다.

이번 공고로 LH가 거는 기대는 크다. 덩어리가 큰 토지단위로 타 상업용지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던 포항운하 상업용지가 이번에는 저렴한 가격을 등에 업고 꼭 매각될 수 있으리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LH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공동사업시행자인 포항시도 그렇고 빨리 매각을 진행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며 “현재 포항운하 상업용지의 시세는 주변시세와 비교해볼 때 더 좋은 편이다. 오히려 낙후된 지역보다도 더 싸다”며 많은 수요자가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 유휴부지에 포항시가 마련한 물놀이 시설 옆으로 유람선이 지나가고 있다.<br /><br />
▲ 유휴부지에 포항시가 마련한 물놀이 시설 옆으로 유람선이 지나가고 있다.

□ 앞으로의 전망은

LH의 이번 매각 공고에 대한 반응이 예전과는 달리 긍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관계자들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다. 일괄 매각이든 개별 매각이든 사업의 성사에 있어서 마지막에는 자본력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이번 공고는 포항운하 상업부지가 가지는 단점들을 모두 상쇄할 만큼 그 가격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이제 남은 것은 개발의 방향이다. 인허가권을 가진 포항시가 필지별 매각 시 예상되는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고 신축 건축물의 경관이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포항시경관위원회 자문을 거치도록 한 조건이 어떻게 작용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의회 안병국 건설도시위원장은 이에 대해 계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조언했다. 안 위원장은 “자본력 등의 문제로 일괄 매각이 지연돼 온 것은 사실이기에, 이번 개별 매각 공고는 긍정적이다”며 “다만 각종 시설들이 난립할 경우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라 입지규제 최소구역 지정이라는 완화된 범위 안에서 지구단위의 계획을 확실히 수립해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시는 이와 관련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두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운하라는 테마에 맞는 개발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운하라는 공간에 어울리는 개발이 되도록 대기업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일괄 매각을 추진했으나, 경기 침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개별 매각이라는 최후의 방법을 쓰게 됐다”며 “일단 용도상으로는 난개발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이 안전장치가 다 돼 있으며, 그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경관심의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포항운하를 랜드마크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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