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찬<br /><br />김천대 교수
▲ 김동찬 김천대 교수

가깝게 지내는 어느 치과 의사 선생님께 듣게 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뚱뚱하다`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는 (1) 살이 쪄서 몸이 옆으로 퍼진 듯하다. (2) 물체의 한 부분이 붓거나 부풀어서 두드러져 있다라는 의미이다. 여기에 뭐 나올 때 나오고 들어갈 때 들어가고 이런 의미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냥 살이 쪄서 몸이 옆으로 퍼진 것 같을 때 뚱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 `똥똥하다`라는 말은 `뚱뚱하다`와 뭐가 다를까? `똥똥하다`는 (1) 키가 작고 살이 쪄 몸이 옆으로 퍼진 듯하다. (2) 물체의 한 부분이 붓거나 부풀어서 도드라져 있다 라는 뜻이다. 유의어로 땅딸막하다, 뚱뚱하다가 있다. 똥똥하다는 뚱뚱하다와 비슷한 의미인데 거기에 `키가 작고`가 추가되어 있다. 쉽게 말해 뚱뚱하다는 살이 쪄서 퍼진 상태인데 똥똥하다는 거기에다 키까지 작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통통하다`는 어떨까? `통통하다` 는 (1) 키가 작고 살이 쪄 몸이 옆으로 퍼진 듯하다. `똥똥하다`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2) 물체의 한 부분이 붓거나 부풀어서 도드라져 있다. `똥똥하다`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라고 설명되어 있다. 앞서 보았던 똥똥하다와 비슷한 말인데 사전상의 의미에 `거센 느낌을 준다`라고 추가적으로 분명히 기술되어 있다. 그러니까 살이 쪄서 몸이 옆으로 퍼진 상태가 뚱뚱하다이고 뚱뚱한 사람이 키까지 작으면 똥똥하다 라고 하며 똥똥하다는 느낌을 거세게 표현하면 결국 통통하다가 되는 것이다. 살찐 사람에게 `야, 너 너무 뚱뚱하다`고 직설적으로 말하기가 좀 그래서 `통통하다`라고 하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사전적 의미를 살피니 그냥 차라리 `뚱뚱하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듯 싶다.

비만도를 측정하기 위해 오랫동안 체질량지수(BMI)를 지표로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이 지표가 비만을 측정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 UCLA 대학교의 자넷 토미야마 교수는 “BMI 수치가 높은 사람을 추적한 결과 그 중 47%는 비만으로 인한 질병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BMI 수치가 높다고 반드시 건강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BMI 수치가 정상인 사람 중 30%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허리와 키의 비율(WHtR)이 BMI보다 더 비만도를 측정하는데 더 정확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WHtR는 허리둘레를 키로 나눈 값으로 체지방 분포를 측정하는 지표다. WHtR 수치가 0.43미만이면 저체중, 0.43~0.53이면 정상, 0.53~0.58은 과체중, 0.58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영국 런던 카스 비즈니스 스쿨 대학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영국인의 식습관과 영양, 신체치수와 대사성 질환 여부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WHtR이 증가할수록 고혈압이나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성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른바 `올빼미형` 인간이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200명을 대상으로 오전 4시에 취침하되 4시간만 수면을 취하도록 하는 그룹과 정상적인 시간대에 수면을 취하는 그룹으로 나눠 5일간 이들의 식습관을 관찰했다. 음식 섭취 시에는 시간이나 종류, 양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먹는 시간과 총 섭취량 등을 기록했다. 그 결과 올빼미 그룹의 경우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 사이에 음식 섭취가 더 늘었다. 특히 지방질이 많은 햄버거, 치킨 등과 같은 정크 푸드를 많이 찾았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일반 그룹에 비해 평균 550Kcal를 더 섭취했다. 필자도 밤늦게까지 연구를 하고 업무를 하기 때문에 퇴근이 늦다. 그러다보니 야식을 자주 하게 된다. WHtR을 측정해 보니 심각한 수준이다. 야식을 끊어야 한다. 야식은 정말 위험하다. WHtR이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