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열쇠수리공, 평생 일터 제공한 경일대에 자택 기부

▲ 기부금 약정서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는 신기환씨.

【경산】 대학 내 학생회관의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20년 넘게 열쇠 수리를 해 온 장애인이 부동산 1억 4천여 만원 상당을 경일대에 기부키로 해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언어·청각장애 1급인 신기환(52)씨는 1994년 경일대가 대구 동구 효목동에서 경산캠퍼스로 이전하며 대학 측의 배려로 임대료 없이 학생회관 내에 열쇠 수리점을 열었다.

그로부터 23년간 신씨는 경일대에서 열쇠와 도장 제작을 해오면서 가정을 이루고,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가꿀 수 있었다.

올해 초 신기환 씨는 대학본부를 찾아와 자신이 현재 거주 중인 경산시 하양읍 자택(건물면적 51.52㎡)과 대지(180㎡) 일체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장애가 있어 자원봉사자의 영상 수화를 통해 “경일대의 배려가 없었으면 장애인 신분으로 지금의 행복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가진 자산이라고는 집이 전부이지만 20년간 경일대에서 받은 사랑이 집보다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청년취업이 다들 어렵다고 말하는데, 우리 학생들 만큼은 어려운 일을 척척 해결하는 만능열쇠 같은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경일대는 기부자의 뜻대로 부동산 기부채납 절차를 완료했지만, 신씨의 희망기간까지 무상으로 지금처럼 자택에서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기부자 명의의 장학금을 매학기 학생들에게 지급하며, 부부의 무료 건강검진과 사회복지 명예학사학위 수여를 결정했다.

정현태 경일대 총장은 “장애인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것 역시 대학의 책무”라며 “기부자산은 학생행복을 위해 사용될 것이며 기부자의 생활도 불편함이 없도록 대학이 나서서 적극 지원·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