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선<br /><br />숙명여대 교수·정치학 박사
▲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정치학 박사

인공지능(AI)이 한국의 통일문제를 풀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공지능 알파고는 바둑세계에서 인간 능력을 뛰어넘었다. 6월에 다시 생각해 보는 분단과 통일 문제, 지난 70년간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인공지능이 풀어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에 입력해줘야 하는 정보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부터 국내외 정치경제 환경, 사회문화적 특성, 최근의 남북한 정세까지 그야말로 방대하다. 4강의 내부 상황 및 역학관계 등과 관계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입력하고, 또 분단비용 대비 통일비용을 포괄적으로 계산에 포함하더라도 인공지능이 통일로 가는 해법을 찾는 것은 난제일 것이다. 더구나 남북한 통일문제는 합리적 분석에 바탕을 둔 예측이 가능하지 않고 언제든 돌발 변수가 끼어들 수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 위협,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중 간의 공방에서 한국은 안보와 통일의 딜레마를 겪고 있다. 한반도 분단이 야기한 통일 문제는 정치세력간의 헤게모니 대결이자 사회 분열의 뇌관이다. 보수는 안보를 중시하고, 진보는 통일에 방점을 둔 상황에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충돌하고 부딪친다. 안보를 중시하면 남북한 현상황을 유지하는 입장이 되고, 통일에 대한 강조는 현상 변경을 전제하기에 기본적으로 갈등이 내재될 수밖에 없다. 또한 불행히도 통일은 우리 내부 문제나 통일부만의 일이 아니다. 외교를 벗어나서 통일문제를 풀어가기는 어렵다. 현실적인 외교 전략의 틀 속에서 통일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 열강 사이에서 이탈리아의 독립을 유지하고 국가통일을 위해 현실적인 입장을 제시하였다. 실제 세계에서 작동되고 있는 권력정치의 속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사분오열된 이탈리아 분열을 종식하고 고대 로마의 영광을 재현하는 통일을 위한 지도자가 누가 될 것인가 물으며, 메디치 가문에게 용기와 희망을 갖고 통일의 사명을 떠맡을 것을 제안하였다. 이를 위해 개인에게 적용되는 윤리 규범과 공적 영역에서 작동되는 군주의 덕을 구별하여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이는 민주주의와 통일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에게도 필요한 지적이다.

사실상 남북한 통일 문제와 같은 중요한 과제는 인공지능에 맡길 일이 아니다. 통일은 올바른 역사인식에 바탕을 두고 접근해야 하고, 인문적 가치에 기반한 보다 나은 미래 사회를 기획하는 과정이기에 우리의 상상력에 기반해야 한다. 또한 통일 문제를 둘러싼 관련 행위자들을 설득하고 협상하는 사회적 능력과 책임이 필요하기에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통일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교환하고 조율하는 일은 불가피하기에 사회적 소통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동화로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의 능력 가운데 `복잡한 문제해결능력`과 `사회적 기술`을 강조한 바 있다. 현실세계에서 다양한 원인이 얽혀 있어 해법을 찾기 어려운 통일 문제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우리의 관심과 능력을 필요로 한다.

안보와 통일 딜레마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묻는 데서 풀어가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더 중요해진 사회적 능력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마키아벨리가 강조한 현실적인 방안을 접목해야 한다. 국내외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신중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판단력이 중요하다. 주변 4강과의 관계를 잘 활용하여 남북한 통일의 퍼즐을 지혜롭게 풀어가도록 해야 한다. `군주론`에서 언급한 여우의 꾀와 사자의 힘을 적용하는 구체적인 통일외교 전략이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인공지능 시대, 남북 통일의 주역은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