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이슈 포항` ⑵
두호동 복합상가호텔 `제자리걸음`

▲ 지난 2015년 `포항 두호동 복합상가호텔` 준공 직후 건물 모습. /경북매일 DB

2012년 시민들 기대 속 `숙박·쇼핑 함께 가능` 복합상가 건립 추진

착공 후 `전통시장 보호` 목적 대형마트 개설등록 잇단 반려로

유통업 사업자-포항시 간 행정소송 이어져

총 7차례의 반려 결정… 4년여 동안 텅빈 건물로 남아

시민들 기대 무산과 실망, 지자체 이미지 악화 우려에도

“점포규모 축소 않으면 허가결정 어려울 듯” 포항시 요지부동

□ 특급호텔 건립의 꿈

포항시는 1995년 도농복합도시 육성정책에 따라 영일군을 흡수 통합하면서 인구 50만 명을 돌파한 뒤 2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인구 50만 이상을 유지하며 경북지역 최대도시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갖춘 포항에 소재한 호미곶과 영일대해수욕장, 죽도시장 등 관광명소가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포항을 찾는 방문객 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3년 전까지만해도 숙박을 희망하는 방문객들이 포항에서 행사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극히 한정적이었다.

특급호텔은 커녕 최신식 시설을 자랑하는 비즈니스호텔마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포항에는 7개의 호텔에 객실 400여 개가 있었으나 대부분 적게는 십수년에서 많게는 30년이 넘는 노후화된 시설로 이들 호텔보다는 펜션 또는 신축모텔에서 묵는 것을 선호하는 방문객이 많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자 포항시는 특급호텔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게 됐다. 지난 2006년 트러스트에셋매니지먼트(TAM)는 호텔 및 복합상업시설 사업을 위해 포항시 북구 두호동 일대 토지매입에 착수했다.

포항시는 2008년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부지 내 도시계획도로 계획을 변경해 폐도를 허가하고 2011년에는 건축허가도 내주는 등 적극 지원했다.

하지만 토지 매입가 상승 등 난관에 부딪힌 TAM은 자금난에 허덕이다 부지의 26%만 매입한 상태에서 폐업에 이르렀다.

이후 6년 동안 이 일대의 슬럼화는 가속화되고 수십명의 지주가 중도금과 잔금을 받지 못하고 재산권 행사를 못해 소송 등 갈등이 거듭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TAM은 당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국규모 건설시행사인 STS개발㈜에 사업 인수를 요청했다.

포항시와 TAM의 수차례 설득 끝에 2012년 2월 사업권을 인수한 STS개발㈜은 같은해 8월 전체 부지 1만5천145㎡의 매입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지하 3층, 지상 6층의 판매시설(4만7천461㎡)과 지하 3층, 지상 16층의 숙박시설(2만5천64㎡)로 구성된 `포항 두호동 복합상가호텔`은 건립 당시 숙박(호텔)과 쇼핑(마트)이 함께 가능한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시민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지난 2015년 3월 준공 후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이 입점한 호텔 건물만 정상운영되고 있을 뿐, 포항시에 신청한 대규모점포 개설등록이 7차례 모두 반려된 마트 건물은 2년 여가 지난 현재까지 텅빈 건물로 방치되고 있다.

 

▲ 포항 두호동 복합상가 건물이 건립되기 이전 모습. 대부분 수십년된 단독주택으로 슬럼가를 방불케한다. <br /><br />/경북매일 DB
▲ 포항 두호동 복합상가 건물이 건립되기 이전 모습. 대부분 수십년된 단독주택으로 슬럼가를 방불케한다. /경북매일 DB

□ 좌절 또 좌절

2013년 1월 착공된 `포항 두호동 복합상가호텔`공사는 착공 한 달여 만에 예상치 못한 변수에 발목을 잡혔다.

대형마트 사업자인 롯데쇼핑㈜이 신청한 대규모점포 개설등록이 반려되고 만 것이다.

2월 6일 접수된 개설등록신청은 20일 만인 26일 포항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해 반려됐다.

같은해 6월 17일 2차 신청마저도 7월 8일 반려처분을 통보받은 사업자 측은 8월 21일 경북도 행정심판위원회에 대규모점포 개설등록 반려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경북도 행정심판위원회는 같은해 10월 28일 `대규모점포 개점 신청 시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1㎞ 이내 위치하면 불허할 수 있다`는 내용의 포항시 조례를 근거로 행정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12월 3일 접수한 3차 신청이 불과 6일 만인 같은달 9일 반려처분이 내려지자 사업자 측은 강수를 두기로 결정했다. 2013년 12월 30일 대구지방법원에 `대규모 점포 개설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행정소송을 접수한 것이다.

양 측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이어진 행정소송은 이듬해인 2014년 8월 13일 1심 판결이 내려졌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는 이날 롯데쇼핑㈜ 등이 포항시장을 상대로 낸 대규모점포 개설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포항시가 대규모 점포 입점부지 인근에 대한 전통시장 상업 보존 구역 지정 고시는 정당하다”며 “유통산업발전법상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과 관련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받아들여야 하지만 이는 기속행위가 아닌 행정 재량행위”라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이에 반발한 사업자 측은 즉시 항소했으나 2015년 1월 30일 대구고등법원의 2심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포항시의 손을 들어줬다.

사업자 측은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검토하다 더이상 행정소송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2015년 6월 16일 4차 대규모점포 개설등록 신청을 접수했다.

앞선 3차례 신청보다 검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포항시는 같은해 8월 6일 또 한 번 반려처분을 내렸다. 시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참석위원 9명 중 7명이 반려의견을 냈고, 신청서류 중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가 미흡한 점을 고려해 반려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후 2015년 11월, 2016년 6월, 2017년 1월에 걸쳐 5, 6, 7차 개설등록 신청이 접수됐으나 포항시는 모두 비슷한 이유를 들어 반려처분을 내린 뒤 사업자 측에 통보했다.

□ 전통시장 보호 명분 뚫어낼까

포항시가 두호동 대형마트 개설등록 신청과 관련, 꾸준히 주장하는 내용은 `행정의 일관성`이다.

포항시 조례에 따라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1㎞ 이내를 `전통시장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 해당 구역 내에 대규모점포가 입점할 경우 전통시장의 보존이 현저히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두호동 대형마트 예정건물 반경 1㎞ 이내에는 장량·장성종합·그린종합·두호1시장 등 전통시장 4곳이 위치하고 있다.

시는 이같은 점을 고려, 지난 7차례의 개설등록 신청에서 사업자 측이 제출한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 등을 검토해 반려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비록 적지 않은 시민들이 대형마트 개설에 여전히 동의하고 있으며 대규모점포 개설신청 과정에서 사업자 측이 지자체의 벽에 부딪혀 사업을 승인받지 못하면서 외부기업으로부터 `포항은 사업하기 어려운 도시`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음에도 포항시의 방침은 확고한 상황이다.

따라서 전통시장 보호라는 대전제 아래 행정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이어가겠다는 포항시의 방침 속에서 사업자 측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 지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점포 개설등록 문제가 4년여 동안 해결되지 않으면서 텅빈 판매시설 건물도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됐다. `포항 두호동 복합상가호텔`사업 시행사이자 판매시설 건물 실소유주였던 STS개발㈜이 PF대출 880억 원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채권단에서 지난 3월 24일 판매시설 매각처분을 결정한 것이다.

현재 새로운 건물 소유주는 ㈜국민은행으로 바뀌었고, 여전히 대형마트 개설의지를 지니고 있는 롯데쇼핑 측이 판매시설 임차보증 계약을 하고 대형마트 입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롯데쇼핑 측에서 8차 대규모점포 개설등록 신청을 위해 지속적으로 문의하고 있다”며 “이전까지 진행해 온 행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업자 측이 점포규모를 크게 축소하지 않는 이상 허가결정이 내려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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