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부흥, 다시 `혁신` 말고는 길이 없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 5·9장미대선으로 9년 보수정권이 무너지고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국운은 거센 기류에 휘말리고 있다. 새 정권이 펼쳐가는 새로운 정치가 일으키는 돌풍이 때로는 신선하게, 또 때로는 걱정스럽게 다가온다. 좀처럼 겪어보지 못했던 이 `상실의 계절`에 대구경북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어떤 설계도를 만들어야 새로운 희망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인가.

명실공히 보수정치의 심장
자부심 숨길 이유 없지만
열패감 빠져든 상황은 현실

패거리·지역주의·불통…
과거 오류 냉철하게 성찰
소아병적 이기주의 버리고
시대정신인 혁신 수용해야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대구경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에 이르기까지 무려 5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대한민국 헌정사 69년 중 절반 이상인 40년 동안을 대구경북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해온 셈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가 쉽지 않은 아주 특별하고 위대한 지역이 바로 대구경북이다.

지난 세월 대구경북은 명실 공히 한국 `보수정치의 심장`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로 끝내 오욕을 겪는 참담한 시간을 맞고 있지만, 지나간 역사가 그렇게 마냥 치욕스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지역출신 영웅들은 당대의 민심을 올바로 읽음으로써 권력을 얻어 나라를 통치하는 영광스러운 역사를 연속적으로 이룩해냈다. 지역민들이 자부심을 아주 내려놓을 이유란 없다.

그러나 오늘날, 권력의 동아줄을 넘겨준 대구경북이 난감한 상황에 빠져있는 상황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어떻게 하면 이 열패감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새로운 시대에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미래가치`를 찾아 개척해가는 길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과거의 오류들을 투철하게 성찰해 새로운 화두를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난 날 우리가 줄기차게 들어왔던 뼈아픈 비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패권정치, 기득권 의식, 불통, 지역주의, 패거리 의식, 배제의 문화, 묻지 마 투표, 무사안일…. 대구경북이 무수히 들어왔던 비난의 테마들을 하나하나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치열한 자성의 과정에서 오늘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들을 발견해내고 추구해나가야 한다.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매사를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진영논리의 포로`를 섬기지 않는다. 그 협애한 생각들이 나라를 기우뚱거리게 하고, 끝내 지역의 명예를 망가뜨린 참담한 기록을 지워낼 방법 또한 없다. 대구경북은 이제 보편적인 가치관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세상을 읽고 판단하는 기풍을 진작시켜야 한다. 다양성이 충만한 시대에, `우리가 남이가`로 상징되는 편협한 `끼리끼리 의식`이야 말로 반드시 땅속 깊이 묻어야 할 악성 폐기물이다.

우리는 지구촌을 하나의 마을로, 모든 인종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개척하는 일 역시 `글로벌 마인드`에서 출발해야 한다. 소아병적인 이기주의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세계 속에서 번영하는 `대구경북`의 가치를 드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넓게 보고 길게 나아가는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안재휘 논설위원
▲ 안재휘 논설위원

일대 변혁기를 맞아 나라 안팎에는 난제가 첩첩산중이다. 한미동맹을 비롯한 국제관계가 뒤엉켜 있고, 경제는 도무지 활로를 뚫어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는데도 마땅한 대책은 오리무중이다. 대한민국호의 `평형수`역할을 자임해온 대구경북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대구경북이 바뀌면 나라가 바뀐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된 진실이다. `다시 혁신하라`는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어 정확하게 실천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 뜨거운 일신의 의지만이 새로운 세상을 개척해낼 수 있다. 희망의 날개는 우화(羽化)의 고통을 감내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귀한 선물이라는 교훈을 대구경북인은 결코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