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창(窓)으로 대구·경북을 본다
부산·충청·호남·강원·경기권 신문사 청와대 출입 기자 좌담회
사회 김진호 서울본부장

▲ 22일 본지 좌담회에 참석한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소속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춘추관 2층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22일 본지 좌담회에 참석한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소속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춘추관 2층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년 상반기는 혼란스러웠다. 대한민국은 지난 1987년 이후 가장 뜨겁게 정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권은 바뀌었고, 대구와 경북은 소위 `멘붕`에 빠졌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을 넘어 세대의 대결과 계층의 대결이 지역을 지배했다. 그리고 6월 23일 현재 대구와 경북은 `길`을 잃고 있다.

경북매일신문은 창간 27주년을 맞아, 그 `길`을 알아보려 한다.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경제적 위기를 제3자의 시각으로 진단하고 평가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4일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 소속 김두수 경상일보 국장·강봉석 기호일보 부국장·강덕균 전남일보 국장·소인섭 전북도민일보 부장·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국장 등을 초청해 대담을 진행했다.

내년 地選·21대 총선 공통의제 설정해야
지역경제 타개 위해 TK 상호 보완 필요
김부겸 대구 당선 계기 분위기 확산 절실
동서갈등 많이 풀렸으나 빈부격차 `여전`
`TK=보수꼴통` 네이밍 확 벗어버려야

 

▲ 김두수 경상일보 국장
▲ 김두수 경상일보 국장

-2017년 6월 현재 대구·경북의 문제점은.

△김두수(경상일보 국장) : 헌정사에서 정치·경제적으로 볼 때, 대구와 경북은 중심이었다. 다만, 대구·경북은 새로운 뉴리더들이 정국을 이끌어가는 모멘텀(momentum·힘)으로 변화되지 않고, 안주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파행적 리더십`이나 `신군부 리더십`이 등장하면서 대구 경북의 자존감이 떨어졌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실패까지 이어졌다.

대구·경북의 재건은 행정부와 정치권의 뉴리더에 달렸다. 언론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결과적으로 내년 지방선거, 다음 21대 총선에서 대구·경북의 공통의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 대구·경북의 인적자원이 제대로 활용이 안 되고 있다. 대구만 해도 250만 인구가 되는 데, 경제불황이 계속돼 걱정들이 많은데.

 

▲ 강봉석 기호일보 부국장
▲ 강봉석 기호일보 부국장

△강봉석(기호일보 부국장) : 인천도 300만 인구에서 정체되고 있다. 주민수가 늘지 않는다는 것은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대구·경북은 4차산업 시대까지 온 마당에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 지 의문이다.

대구·경북은 부산·경남과 같은 유인책이나 투자 매력도 없다. 또 인적자원이 유출되는 상황이다. 생산기반과 함께 소비를 할 수 있는 배후도시가 있어야 한다. 대구와 경북이 상호보완적 관계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부산·경남에 비해 인구유입이 되거나 소비를 유도할 만한 인프라를 갖지 못했다는 게 성장의 한계이자, 정체요인이다. 대구가 메트로폴리스화 될 수 없으면, 경북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 경북도 내에서 문화시설을 가질 수 없으므로 문화소비가 가능하도록 배후도시를 대구와 연계시키는 도로망, 전철의 인프라 구축을 해야 한다. 대구와 경북도민을 민관 주도로 전체도시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강덕균 전남일보 국장
▲ 강덕균 전남일보 국장

△강덕균(전남일보 국장) : 대구에서 택시를 타면 항상 “대구 죽것다”는 말을 들었다. 왜 그런 얘기를 하나 궁금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대구와 광주가 가장 못사는 데, 두 도시 모두 폐쇄적이어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대구는 보수의 중심이고, 광주는 진보의 중심이란 것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지역적인 벽을 허무는 노력이 중요하다. 대구에도 호남향우가 많이 사는 데, 그런 사람들이 지역을 오픈시키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 소인섭 전북도민일보 부장
▲ 소인섭 전북도민일보 부장

□ 마음과 사상의 교류가 중요

△소인섭(전북도민일보 부장) : 마음의 교류·사상의 교류도 중요하다고 본다. 사상적 교류 없이는 서로 적대감만 갖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을 가리키는 `보수꼴통`이란 네이밍이 얼마나 시대에 맞지 않는 네이밍인가. 이런 것들을 확 벗어버려야 한다.

얼마전 경북 안동·영주 지역을 여행했다. 수려한 경관과 함께 서원이 눈에 들어왔다. 근대의 종교가 벽촌을 깨우치고 인재를 키우는 양성소 역할을 했듯이, 서원은 그 전부터 역할을 해왔다. 산자수명한 곳에 자리잡은 서원은 주변 인재양성의 요람이 됐을 것이다. 다만, 전통이 뿌리 깊게 자리 잡으면서 그들만의 가치로 고착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우리가 남이가”란 구호로 대변되는 `절대 공동체 의식`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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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어젠다 설정 필요

△김두수 : 대구·경북이 새로운 `어젠다`를 설정할 때가 왔다. 방향 설정을 하기 위해서는 대구 경북 리더들이 합일점을 찾아야 한다. 언론이 이를 주도해야 한다. 거시적 플랜으로 옳고 그름에 방점을 둔 리더십이 필요하다. `어젠다`는 정치와 경제 두 가지로 짜야 한다. 정치적 지향점과 경제적 지향점이라는 두 가지 트랙을 갖고 새로운 뉴리더와 함께 초당적·초계파적인 정치를 이뤄내야 한다. 특히, 대구가 일부 변하고 있지만 더 많이 변해야 한다.

 

▲ 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국장
▲ 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국장

△남궁창성(강원도민일보 국장) : 지난 2014년 12월 마포에서 당 대표 출마를 준비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민주당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욕도 하고 했으나, 지금은 국민들이 관심이 없다. 심각하다”고 털어놨다. 그랬던 것이 2년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민주당이 바뀐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박근혜 국정농단의 반대급부를 얻은 것이다. 어쩌면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한국사회가 바뀌어야 할 지도 모른다.

□ 책임 안 지는 정치, 개혁 필요

△김두수 : 따끔하게 말한다면, 대구·경북의 상당수 정치인들은 정계은퇴해야 한다. 권력을 누린자들이 많은 데, 패권주의를 또 다른 메커니즘으로 만들고 있어 문제다.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좀 더 선진화된 현실 인식을 하고, 시민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대구 시민들이 “이건 아니다. 지금은 너희들이 책임을 져야할 때다. 다 물러나라”라고 얘기해서 뉴페이스가 들어와야 한다. 지도자가 변하지 않고 어떻게 변할 수 있나.

△강덕균 : 그동안 동서갈등·영호남갈등이란 표현을 많이 썼다. 현재도 살아있는 말이다. 이번에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넘어오는 과정을 보면, 영호남의 갈등이 해소되는 단초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호남사람들은 `5·18`이란 응어리를 갖고 있는 데, 해결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많은 역할을 했다. 대구·경북은 권력을 가졌던 곳이었다. 이제 반성과 함께 화합하는 계기가 되지 않나 생각한다.

△남궁창성 : 정치적으로 동서갈등은 많이 풀렸다. 오히려 빈부격차가 화두가 되고 있다. 동서문제는 지난 총선과 이번 대선을 거치며 상당 부분 해소됐다. 앞으로는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들의 빈부격차가 문제다.

□ 향토 정신문화 통한 정치발전

△강덕균 : 딸이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는 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딸 친구의 고향이 안동이다. 택시를 타고 딸과 전화통화 중에 무심코 “안동사람이 양반이지”라고 했다. 그러자 택시기사가 대뜸 “안동 권씨 몇대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나도 조만간 택시 그만두고 종손으로 가야된다”고 하더라. 경북 안동 지역의 전통을 지키려는 이 같은 노력들은 전라도에서 유배문학을 지키려는 정신들과 함께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남궁창성 : 역사학을 전공한 연유로 안동·봉화·영주·풍기를 자주 찾는다. 풍기는 단종복위운동이 일어난 선비문화가 있고, 안동하회마을도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대구·경북 지역이 갖고 있는 문화·정신은 타 시도가 따라갈 수 없는 세계적 문화자원이다. 보수정치의 텃발이라면서 조선 500년을 버티게 했던 선비정신을 현역 정치인이나 지역사회가 제대로 연구하고 공부했다면, 이런 참사(국정농단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김두수 : 안용복 독도지킴이 같은 이들의 정신세계를 새롭게 조명해 그런 정신세계를 새로운 `어젠다`로 설정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애국이라든지 나라지키는 마음에는 탈 지역화가 포함돼 있다. 그런 정신세계를 재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궁창성 : 지역언론에서 현안기사 쓰는 데, 오늘도 강원도 장·차관 없다고 쓰고 왔다.(웃음) 이것보다 지역의 정신문화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솔직히 말해서 대구·경북이 보수라고들 한다. 그런데 어떤 철학이 있나? 호남 역시 진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떤 철학이 있는지 모르겠다. 정치에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

△강덕균 : 호남에서도 민주당에 반발하고 국민의당을 지지했다가, 이제는 또 국민의당에도 실망해 지지도가 낮아졌다. 단순히 싫다는 감정이 아니라, 지역균형적인 감각을 갖고 가자는 것이다. 호남과 영남지역에서 정운천·이정현, 김부겸이 국회의원 당선된 게 시작이다. 앞으로 그런 경우들이 더 확산되고,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정리=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정리=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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