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너무도…
성석제 지음
문학동네 펴냄·소설집

최근 독자들 사이에서 `짧은소설`이 각광받고 있다. 200자 원고지 10~30매 정도의 짧은 분량 안에 인생과 인간의 번뜩이는 순간을 담아낸 `짧은소설`은 SNS와 모바일환경에 익숙해진 젊은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우리 문학의 한 장르로 자리잡았다. 초단편, 나뭇잎이나 손바닥에 빗대 엽편(葉篇)·장편(掌篇)으로도 불리는 짧은 소설은 원고지 20매를 좀처럼 넘지 않는다.

이 짧은소설계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소설가 성석제(57)가 새 책을 들고 돌아왔다.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문학동네)은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2007)과 `인간적이다`(2010)의 원고 일부에 새로 쓴 작품들을 보태 총 55편의 짧은 소설이 담겨 있다.

시인 성석제가 1994년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를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산문의 길이에, 시의 함축성을 품고 있으며, 소설의 재기발랄한 서사와 캐릭터까지 담긴 이 책은 이야기꾼 성석제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에서 성석제는 여전히 장르를 넘나들고, 책장이 서너 장 넘어가기도 전에 폭소와 찡한 감동을 선사하며 짧은소설의 미학과 현재성을 입증해낸다.

흔히 짧은소설은 `엽편소설(葉篇小說)` `장편소설(掌篇小說)`로도 불린다. 그 분량의 단출함으로 인해 `나뭇잎 한 장`과 `손바닥`에 비유한 것이지만, 성석제의 손바닥소설은 다 읽고 나면 `장편소설(長篇小說)`이 주는 감정에 부럽지 않은 인생에 대한 통찰과 감동을 선사한다.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은 지긋지긋하게 사랑스러운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한 성석제식의 해부도이자, 요즘 `문학`과 `책`이 다소 어렵고 멀어 보인다는 이들에게도 거침없이 건넬 수 있는 유쾌한 프로포즈다.

성석제는 짧은소설의 매력에 대해 “불꽃이 튀는 듯한, 짜릿한 무언가를 담을 수 있다. 번역도 쉽고 장르를 넘나들기도 쉽다. 장르가 세분화하기 이전 우리 마음의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우리 마음은 사실 장르가 분리되기 이전과 별로 다르지 않나. 오히려 완전성을 담을 수 있다. 통상적인 소설의 구조와는 달리 자유롭고 창의력이 충만한 장르다. 실험정신이 왕성한 작가들이라면 써보고 싶어하는 분야”라고 했다.

한편, 성석제는 신작이 담긴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과 함께 데뷔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와 성석제 짧은소설의 백미로 평가받는`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의 개정판을 함께 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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