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제일 싼 프랑스
서정학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시집

서정학(46)의 두번째 시집 `동네에서 제일 싼 프랑스`(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1998년 첫 시집 `모험의 왕과 코코넛의 귀족들`을 낸 지 19년 만이다. 시인은 1995년 군 복무 중`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은신처`등 다섯 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데뷔 당시 “첨단 문명이 낳은 새 문화들에 침윤된 시인은 문화 중독자답게 바로 그것들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고 짓는다”(`문학과사회` 편집동인)는 평을 들었으며, 이후 함기석, 이수명, 이철성 등과 함께 “억압적 질서와 형식을 파기”하는 “신세대 시인”(문학평론가 정끝별)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번 시집에는 그가 지난 시간 동안 써온 시들 중 고심 끝에 고른 서른네 편이 고르게 묶였다. 2017년에 쓴 시들이 담긴`17 흔적`장부터 1999년에 쓴 시들이 모인 `99 반복` 장까지 역순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시집은 예민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장들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동시에, 시의 형식이 가진 느슨함을 최대한으로 끌고 나가 그 넓어진 공간에서 충만한 유희를 선보인다.

“스무 개가 겨우 천 원이라는 상상 초월 대박 가격에 모든 사람들은 뛰기 시작했다. 재료값도 안 나오는 착한 가격! 안 사는 것이 손해! 붉은 글씨로 빼곡히 적힌 불어 현수막은 들이닥친 사람들의 발밑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누군가 필사적으로 에펠탑을 향해 소리치며 누군가는 큰 소리로 라데팡스를 향해 울었다. 붉은 나비 같은 유로가 하늘을 향해 아름다운 디자인을 뽐내며 날고 있었다. (중략)

이게 다 아름다우면서도 저렴한 프랑스 덕분이다.”-`동네에서 제일 싼 프랑스` 전문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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