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우리 아들 이름은 ○○○, 우리 집은 ○○○”

지난 19일 오후 7시 52분께 충북 충주에 있는 한 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 치매 초기 증세를 보이는 어머니를 걱정하는, 입대를 앞둔 아들의 애절한 글이 올라왔다. 이 학교 2학년 학생으로 추정되는 게시자는 얼마 남지 않은 군 입대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고민을 털어놨다. 아버지를 오래전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게시자는 최근 대학 기말시험을 끝내고 집에 돌아갔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렸다는 소식이었다. 소식을 듣고 밤새 울었다는 게시자는 어머니가 평소 작성해 놓은 공책을 뒤적이던 중 또 다시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고 설명했다. 그 공책에는 치매로 인해 기억력이 떨어져 아들 이름과 주소를 잊지 않기 위해 “아들 이름은 ○○○, 우리 집은 ○○○” 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게시자는 “한 달 후에 군대에 가야 하는 데 어머니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게 너무나 맘이 아프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해당 글에 대해 커뮤니티에서 공감하는 글이 순식간에 수백 개가 달렸다.

치매는 개인에게는 물론이고 주변인에게도 씻을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주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는 72만5천명으로 추산된다. 노인 10명 중 1명(유병률 10.2%)이 치매 환자인 셈이다. 치매 환자 실종 및 사망사고 등 치매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치매 국가 책임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치매 관리 인프라 확충, 환자와 가족의 경제부담 완화, 경증 환자 등 관리 대상 확대 등을 축으로 하반기부터 예방, 관리, 처방, 돌봄 등 치매 원스톱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복지국가를 위해서 꼭 필요한 정책이다.

치매란 뇌가 손상돼 정상적인 뇌기능을 유지할 수 없을 때 나타난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다발성 인지장애, 즉 언어능력·판단력·시공간 지각력·계산력·추론능력 중 한 가지 이상의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큰 지장을 일으킨다. 치매는 크게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로 나뉜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치료되지 않아 혈관에 병이 생겨 뇌조직이 손상돼 치매로 발전되는 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서구사회에 많이 생기는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선 혈관성 치매가 더 흔한 편이다.

치매는 젊은 나이에 행동이 이상해지기도 하고 단어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 등 다양하게 증상이 나타난다. 루이소체 치매처럼 파킨슨 증상을 보이거나 환각을 보는 증상을 먼저 호소하기도 한다. 성격이나 행동이 변하거나 평생 늘 하던 일이 어려워지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예컨대 평생 부엌살림을 해온 주부가 요리 솜씨가 변하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치매는 어떤 사람에게 오는 것일까. 젊어서부터 지나치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나이들수록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치매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공무원이나 교사, 안정적이며 수동적인 샐러리맨, 꼼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 치매에 잘 걸린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가벼운 운동은 나이가 들면서 뇌가 축소되는 현상을 막아 준다.

최근 노인성치매임상연구센터는 6가지 치매 예방 건강수칙을 발표했다. △규칙적인 운동 △금연 △활발한 사회활동 △적극적인 두뇌활동 △절주 △올바른 식습관이다. 한 교수는 이 수칙의 앞글자를 따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으로 표현했다.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없이 담배 끊고, 사회활동과 대뇌활동을 많이 하고,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말고 명을 연장하는 식사하기”의 줄임말이란다. 줄임말 아닌 줄임말이다. 이 말대로 생활할 수 있다면 치매 예방이 문제겠는가. 험난한 세상속 마음의 평화도 보장되는 마법의 문구다. `진인사대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