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최근 정부 발표에 외고와 자사고를 조만간 폐지한다고 한다. 이에 고교 관계자들은 물론 입시를 준비해왔던 학생과 학부모들도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수학의 정석으로 유명한 상산고등학교 홍성대 이사장은 기자들에게 수백억을 들여 키워온 모교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 황망스러운 심정을 토로했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자사고와 외고가 입시 과열의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입시 과열은 우리나라에서 과거 1965년 `무즙 사태`를 비롯한 50년이 넘는 고질적인 병이며 그것이 외고, 자사고와 같은 일부 고교 입시에 의해 빚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입시 병폐를 살펴보면 일류 지향적 마인드에서 비롯된다. 이는 사회에서 1등이 돼야 하고 제일 좋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들어가야만 인정을 받을 것이라는 욕망에서 시작된다. 이런 욕망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엘리트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따르게 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공부, 음악, 체육, 말하기 등 자신만의 특성과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 이런 재능을 키워주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과학고에서 과학에 흥미가 있는 아이들, 외고에서 언어적 감각이 있는 아이들, 또는 자사고에서 특정 분야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키우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미국의 제퍼슨, 일본의 히비야, 영국의 이튼스쿨과 같이 유명한 고등학교들이 선진국에도 즐비하다. 입시 과열 때문에 정부가 외고,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입시 과열을 일으키는 과학고 역시 폐지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입시 과열을 해결하는 정책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의 차별화된 재능을 살려주는 교육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예술고 등 각자의 특징을 살려주는 다양한 고등학교를 늘려 학생들의 재능을 키워주고 일률적인 교육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특수고를 폐지하고 모두 일반고로 전환한다면 소위 일류대학을 향한 일률적 교육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본다. 모든 학생들을 재능과 상관없이 한 개의 잣대에 집어넣고 그 잣대에 의해 필사적으로 공부하는 비이상적인 교육이 재현될 것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필자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첫 번째는 중·고등학교를 다양화해서 다양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두 번째, 창의적 교육을 제공해 학생들이 굳이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본인의 소질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최근 정부는 프랑스식으로 대학을 평준화 시킨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프랑스에는 그랑제꼴이라는 엘리트 교육집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랑제꼴에 속하지 않은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도 본인의 수준에 맞게 대학을 선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필자는 `대학의 클러스터화`를 제안하고 싶다.

미국의 경우 아이비리그에 약 20개 대학, 주립 대학 약 20개 등 다양한 클러스터가 있다. 미국에선 같은 그룹 내에 있는 대학이라면 어느 대학에 들어가도 상관없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대학 서열화가 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특정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어 입시과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요소에는 경쟁이 존재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건강을 해치거나 창의력을 저하시키는 등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5년의 정권이 100년의 교육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폐지에 보다 신중을 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