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漸入佳境)의 오기다. `가면 갈수록 경치(景致)가 더해진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일이 점점 더 재미있는 지경(地境)이 돼간다는 의미다. 이 사자성어가 화제가 된 것은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을 비판하기 위해 과거 민주당의 논평을 그대로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오타까지 그대로 가져와 비판한 데서 비롯됐다.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야3당이 한목소리로 국민이 원하는 협치를 위해 그토록 간절히 요청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며 “이에 한국당은 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의 2016년 9월 4일 자 논평을 되돌려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대변인은 “국민을 무시하고 국회를 모욕한 문 대통령의 탈법적 장관 임명. 귀 닫고 눈감은 문 대통령의 불통 행보가 갈수록 접입가경”이라며 “청와대는 오늘 강 후보자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장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논평에서 대통령과 당, 그리고 장관 이름만 바꿔 발표한 것으로, 오타를 낸 `접입가경`(점입가경의 잘못)조차 그대로 썼다. 민주당의 지난해 9월 4일 논평은 “국민을 무시하고 국회를 모욕한 박근혜 대통령의 탈법적 장관 임명, 귀 닫고 눈감은 박 대통령의 불통 행보가 갈수록 접입가경”이라며 “청와대는 오늘 조윤선·김재수·조경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박 대통령이 전자 결재로 장관으로 임명했다”고 했다.

이후 해프닝으로 끝날듯 했던 `접입가경`이 또 다시 논평에 등장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철우 의원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암시`발언에 대해 “한 달 갓 넘은 문재인 정부 흔들기로 반사이익을 보려는 엉터리 정치는 통하지 않는다”며 “자유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의 막말과 막가파식 행동이 `접입가경`”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불과 1년전 야당이 썼던 논평을 그대로 써도 될 정도라니 우리 정치판 행태가 걱정스럽다. 잘잘못을 떠나 소통·협치의 정신이 아쉬운 때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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