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훈 신부·포항 덕수본당 주임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 및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27일 사망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한 말입니다. 교육 행정가들과 부모들에게 한 말이죠. 학생들에게 한 말은 아닙니다. 오늘 무언가 열심히 하긴 했는데, 그것이 내일 필요가 없는 무엇을 붙들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드러내놓고 말은 안했지만 `참 어리석다`라고 하는 듯합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루카복음 12, 13~21에 등장하는 `어떤 부유한 사람`은 오늘만을 생각하고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자기 자신만을 생각할 뿐 옆 사람도, 하느님도 염두에 두지 않고 사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을 하느님께서 “어리석은 자야!”라고 부릅니다.

“에구, 어리석기는! 성당에 다니면 돈이 생기나, 떡이 생기나?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이고!” 성모상 주변에 잡초를 뽑고 조용히 화장실 청소를 하시는 분들, 나도 어렵고 아픈데 더 어렵고 아픈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하는 분들, 주말에 성당에 살며 하루 종일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는 교리교사들 등등. 이런 분들을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은 자야!”라고 부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슬기로운 자야!”라고 부를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고, 자신 뿐만 아니라 이웃과 하느님도 염두에 두면서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세상 사람들에게 어리석어 보이는 삶이 하느님 보시기에 예쁘고 슬기로운 삶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면서 한 주간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