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광 규

이른 봄날 오후

벚나무 꽃그늘 돗자리 위에서

모로 누워 자는 아내의 눈주름을 본다

햇볕도 그늘을 만들고

꽃나무도 그늘을 거느리는 걸 보면

아내에게도 그늘이 많았을 것이다

꽃나무 가지에 앉았던 바람이 깃을 치자

눈주름 위에 음표로 내려앉는

꽃잎 몇 장

저녁이 와서

노을 한 폭 개어다 덮어주는데

낡은 몸에서 오래된 풍금소리가 터져나온다

이른 봄날 꽃나무 아래 잠든 아내의 눈주름을 보고 시인은 힘들고 어려운 생을 살아온 그녀의 시간들을 느끼고 있음을 본다. 별과 나무도 그늘을 만들지만 아내의 눈주름은 그녀가 건넌 가난과 시련을 견딘 훈장과도 같은 것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한 생을 살며 서서히 낡아가는 그녀에게서 오래된 풍금소리가 난다는 것은 그녀의 성숙되고 깊은 생의 향기 같은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