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환<br /><br />작가, 문학지 `ASIA` 발행인
▲ 이대환 작가, 문학지 `ASIA` 발행인

`청명한 가을 한낮/한강에 오줌을 갈기노니/보름 뒤 내 생일 아침/하숙집 식탁에 오를 숭늉이어/제발 내 오줌이길 비노라/아니면 오줌이어/목쉬고 캄캄한 저 강물의 노래에 스몄다가/저 노래들이 먼 바다에 모여/기어이/검은 바위로 솟아오를 때/새똥에 섞여온 풀씨 한 톨 뿌리 내릴/옥토 한 줌을 일구어다오`

1979년 가을, 대학 3학년, 내가 스물한 살의 생일 앞에 쓴 `방뇨`다. 그때 한강은 석탄 빛깔이었다. 이 시는 지금도 내 사무실에 걸려 있다. `방뇨`가 씨앗이었지 싶다. 여태껏 운전을 안 하고 골프채를 잡아보지 않았다. 1980년대, 90년대엔 자가용도 골프도 `반생명, 반환경`이었다.

지난해 12월에 나는 `하얀 석탄`이란 책을 펴냈다. 한국의 전력정책에 대한 에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낡아빠진 석탄발전들의 가동중단을 지시한 즈음, 그 책을 청와대의 관련 수석들 앞으로 우송해주라고 출판사에 부탁했다. 대통령 참모들이 숨을 고르며 전력정책도 성찰할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미 `탈석탄`을 표명한 문 대통령이 엊그제는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에 `탈원전의 출발`을 명명했다. 탈석유, 탈가스까지 합쳐지면 환경적으로는 금상첨화이다. 그러나 훌륭한 정책은 대체로 이상(理想)과 현실의 변증법적 대화에서 나온다. 여기쯤에서 다함께 몇 가지를 짚어봐야 한다.

첫째, 현재 총 전력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석탄발전(42%)과 원전(31%)이 완전히 정지된 미래의 그날을 생각해보면, 그 엄청난 빈자리를 신재생 전력이나 LNG발전으로 감당해야 하는데, 우리의 원전 24기를 태양광발전으로 대체하자면 경기도 전체 면적에 버금가는 국토를 시커먼 패널로 덮어야 한다니,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미관 스트레스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석탄발전보다 3배쯤 비싼 LNG발전은 지진에 취약(지난해 9월 경주 강진 때 울산 LNG발전소가 월성원전보다 훨씬 먼저 정지한 이유는 화재예방이었다)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처럼 가스 수출을 막아버리면 국제분쟁 때도 취약하지 않는가?

둘째, 우리의 소원인 `진정한 남북화해`의 새 지평이 열릴 때는 북한경제에 가장 시급한 것이 전력문제인데 남한에서 북한으로 보내줄 대용량 전력을, 그리고 우리의 산업과 대도시가 소비하는 대용량 전력을 탈석탄, 탈원전의 신재생이나 LNG발전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셋째, 전기차 시대가 곧 온다는데, 독일처럼 주유소들을 충전소로 대체할 경우, 그 어마어마한 대용량 전력을 신재생과 LNG발전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넷째, 헌법으로는 문재인 정부도 길어야 5년이고 국가 전력정책은 30년이나 50년 대계인데, 마치 미국 트럼프가 오바마의 정책들을 없애는 것처럼, 5년 뒤나 10년 뒤의 정권이 `탈석탄, 탈원전`을 없앨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으니, 무엇보다 대선 공약보다 높은 차원의 사회적 토론과 개헌 같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지 않겠는가?

독일과는 많이 다른 우리 형편들을 통찰할 때 탈석탄과 탈원전의 동시 추진은 이상에 치우친 면이 있어 보인다. 나는 택일하라면 탈원전이다. 단, 석탄발전은 `하얀 석탄`이어야 한다. 기존 석탄발전들은 `죽일 놈의 석탄`으로 찍혀 있지만, `하얀 석탄`이란 미세먼지 배출을 제로 베이스로 관리하고 이산화탄소를 따로 포집하는, 일본 요코하마 이소코석탄발전을 초월하는 제3세대 화력발전이다. 이 기술, 이 설비는 완성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얀 석탄`은 지금의 `핵분열` 원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는 `핵융합` 원전이 상용화되는 그날까지, 향후 30년에서 50년 또는 100년에 걸쳐 탈원전·태양광·LNG발전의 한계를 극복해주고, 석탄으로 연명하는 북한의 경제 재건을 즉시 도와주며, 우리 산업과 대도시의 대용량 전력을 감당해주는 `오늘의 정책적 자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