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기웅<br /><br />경북도청본사
▲ 권기웅 경북도청본사

“법을 집행하려고 하는데 불만이 있다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최근 안동지역 시내버스 `막차` 단축과 관련해 각종 민원과 불만이 쏟아지자 담당 공무원이 취재기자에게 내뱉은 말이다. 이 공무원은 막차 단축으로 시민들의 큰 불편이 예견된다며 안동시가 버스회사들의 입장에 서서 시민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한마디를 남기고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안동시청 자유게시판이 들끓고, 언론의 비난 여론이 쇄도하는 등 안동시의 막차 단축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관련 공무원들이 막차를 타보기로 했다.

이들은 직접 막차를 타보고 많이 놀랐다고 전해졌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버스가 만원이었던 것이다.

한 공무원에 따르면 밤 10시 안팎에 운행하는 버스 한 대에 60~80명이 탑승하고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것.

평소 버스를 이용해 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진정 시민들의 불편에 대해 고민조차 해보지 않았던 공무원이 대중교통의 수뇌부에서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더욱이 버스회사 인력보강 등 노사 간의 문제가 안동시가 해결해줘야 할 직접적인 책임인 것처럼, 당장 버스회사들 적자가 큰일이라도 낼 것처럼 야단인 안동시의 모양새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결국 버스가 없으면 택시를 타면 되고, 막차가 없으면 집에 가서 공부하면 된다는 담당 공무원의 `나몰라라` 식의 첨언은 시민의 불편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염려를 사실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안동시는 19일 버스회사 노사대표를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시민들의 민원이 폭주한 탓에 안동시는 막차 단축을 전면 백지화할 것이라고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버스회사들이 반발하자 안동시는 또다시 한발 물러나 21일 다시 회동키로 했다.

이를 두고 일부 공무원들은 “안동시가 기준을 정하고 버스회사들은 그 기준을 따르면 되는데, 막차 단축은 없을 것이란 기준을 안동시가 자꾸 흔드니 그 틈새를 버스회사가 파고드는 것”이라며 “공무원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잊고 있는 것 같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pressk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