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규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생태교육원
지난해 포항 형산강(구무천) 퇴적물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최고 348mg/kg의 수은이 검출되었다. 이 농도는 수은중독 환경병인 일본 미나마타병을 유발한 최고 농도인 550mg/kg에 버금가는 수치이다. 형산강 수은 오염사고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한 사례이므로 정부의 처리방법과 대책 매뉴얼이 없다. 이런 이유로 원인과 오염분포에 대한 명확한 조사도 없이 서둘러 덮으려는 행위에 대한 여론의 질타로, 포항시는 뒤늦게나마 미나마타병이 발생한 현장을 찾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필자는 얼마전 포항 시의원, 공무원들과 함께 미나마타병의 발생지인 일본 후쿠오카 쿠마모토 현의 미나마타 시를 다녀왔다.

1908년대 인구 1만2천40명의 미나마타 시는 질소비료주식회사가 들어서게 되어 가난한 어촌에서 부자의 도시로, 젊은 층이 모이는 산업도시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시민들의 희망이었던 질소비료 공장에서 발생한 수은 폐수가 수년 동안 미나마타 해안을 오염시켰고, 수은에 오염된 어패류에 의해 수은중독 환자를 발병시켰다.

미나마타 시는 미나마타병이 발생한 지 60년이 지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심리적인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도 수은중독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남아 있고, 모태 감염으로 수은에 중독된 태아와 수은 오염 환자로 인정받지 못한 감염자, 피해 보상에 대한 소송 등의 문제도 많이 남아있었다.

형산강의 수은 오염은 미나마타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형산강 수은 오염원인자 확인은 초동수사를 제때 하지 못해 실패했다. 그리고 검찰, 환경청 등의 합동 수사는 너무나 형식적이어서 원인자를 찾을 수 없는 것은 당연했고, 오히려 오염원인자들이 원인을 감추는데 정보를 제공하는 결과가 되었다.

구무천 주변의 철강 공단 업체에서 발생한 수은 오염은 처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오늘날의 구마모토 질소비료 공장은 수은 폐수 방류를 인정하고 회사명을 JNC로 바꾸고 첨단액정재료, 화장품 등으로 제품을 다변화하였고, 철두철미한 환경준수업체로 변모하였다.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은중독 환경 병 피해자 2천700여 명에게 매년 26억엔을 생활비, 치료비로 지급하고 있고 이로 인해 적자기업이 되었지만 끝까지 책임을 저버리지 않고 있었다.

포항시는 형산강 수은 오염사고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오염원인자의 파악을 위한 전문적인 접근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구무천 지역의 철강공단 업체를 중심으로 구무천 환경보존 협의체를 조직해 실질적인 하천환경 보존운동과 재정적 지원을 지속해서 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현재까지의 각종 조사 결과는 수은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목적으로 이용하고, 수은 오염의 범위와 농도, 지역, 수은의 성분변화, 형산강과 영일만의 어패류, 영일만의 해양침전물 등에 대한 장기적인 전수조사를 계획에 의해 다시 실시하고,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처리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형산강 수은오염 조사과정, 처리와 대책 수립과정에 관한 내용은 미래 세대와 미래 환경오염의 예방을 위한 학습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집·보관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선진국에서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낸 결과를 한 번의 벤치마킹으로 도입하려는 섣부른 행위와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핑계로 조급하게 당대에 처리하겠다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일본은 오염원 전수조사에만 20년이 소요되었고, 조사한 결과를 반영한 준설과 매립공사에 27년이 소요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날의 미나마타 시는 시민과 행정부, 질소비료 공장과 합심해 일본 최고의 환경 모범도시로 탈바꿈했다. 포항시에도 이와 같은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