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일 근

마음속에 누군가를 담고 살아가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사랑하기에

젊은 날엔 그대로 하여 마음 아픈 것도

사랑의 아픔으로만 알았습니다

이제 그대를 내 마음속에서 떠나보냅니다

멀리 흘러가는 강물에 아득히 부는 바람에

잘 가라 사랑아, 내 마음속의 그대를 놓아 보냅니다

불혹, 마음에 빈자리 하나 만들어놓고서야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사랑이란 누군가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놓고 기다리는 일이어서

그 빈자리로 찾아올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어서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야 나도 알게 되었나 봅니다

흔히 사랑의 본성은 소유고 독점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시인이 말하는 사랑은 비우고 보내는 것이라 한다. 불혹의 나이에 들면서 비로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두고 소유하고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그리워하며 견디는 것이라는 시인의 생각에 깊이 동의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