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돈키호테
박웅현·김재호 등 TBWA 0팀 지음
민음사 펴냄·교양

TBWA코리아 박웅현 대표는 `생각이 에너지다`, `사람을 향합니다`, `진심이 짓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등의 명카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광고계 미다스의 손으로 자리매김한 주인공이다.

`여덟 단어`, `책은 도끼다`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이자 인문학 전도사이기도 한 박 대표는 창의력과 진정성을 갈구하는 청년들에게 손꼽히는 멘토다.

2030 젊은이들에게 꿈과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 강의 프로젝트인 `망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는 그는 또 광고만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콘텐츠를 책과 다큐멘터리, 공연 등 다양한 틀에 접목하는 실험정신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웅현 대표가 이끄는 TBWA Korea 컨버전스팀 TBWA 0팀이 최근 펴낸 `안녕. 돈키호테`(민음사)는 박 대표의 저같은 재기발랄한 창의력과 상상력이 집약된 책이다.

TBWA 0팀은 광고 제작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제작, 디지털, 기획 등 기존 팀의 영역을 허물고, 각 분야의 전문 인력들이 하나의 팀으로 모였다.

`안녕 돈키호테`는 TBWA 0팀이 찾은 `창의력 11조각`으로 구성돼 있다. 박 대표에 의하면, 창의력의 토양은 무엇보다도 좋아서 하는 즐김이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천재성의 발현보다는 사소한 일상에 대한 집요한 관찰이다. 또한 창의력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끈기와 용기는 필수라고 한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열한 조각을 4부로 나누고, 각 부마다 박 대표의 주제글로, 그리고 각 장마다 창의력 한 조각에 대한 TBWA 0팀의 카피와 소개글로 시작한다. 또 각 장의 본문은 창의력을 실행하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심층 분석, 전문가들의 에세이, 그리고 혁신적인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갤러리가 이어진다. TBWA 카피라이터들의 아이디어와 전문가들의 시각이 모두 돋보이는 기획이다.

1부 `새롭고 재밌는`에서는 `재밌는` 일을 찾아 `재밌게` 살다 보니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다. 1980년 군부에 의해 폐간된 전설적인 잡지 `뿌리깊은 나무`의 주인공 한창기가 추구한 완벽주의자의 `재미`에서부터 `72초TV`로 대박을 낸 성지환 대표가 즐기는 `재미`까지, 즐거움이 어떻게 창의력을 끌어내어 새로움을 만들어 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2부 `사소하고 위대한`에서는 사소한 일상에서 위대한 창의성을 끌어낸 `집요한 발견자들`을 소개한다. 백자와 비누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보여 준 구본창 사진작가, 최초로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우리 땅을 화폭에 담은 조선 화가 겸재 정선, 지금까지 반복해서 패러디되는 화제의 그림을 그렸던 프랑스 화가 마네, 최초로 웃는 성모를 그렸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네트워크 시대를 예언했던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등 미술사에 혁명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은 아티스트들을 만나본다.

3부 `지치지 않고`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꿈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과 늦었다고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본다. 생전에 단 한 편의 그림도 팔지 못했지만 지치지 않고 그렸던 고흐, 쉰네 살에 북극을 탐험한 로알 아문센, 아흔아홉 살에 낸 첫 시집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시바타 도요, 낮에는 막노동으로 밤에는 시인으로 살았던 찰스 부코스키, 낮에는 통행료 징수원으로 밤에는 화가로 살았던 앙리 루소, 그리고 열다섯 개의 직업을 전전하다가 마흔다섯 살에 데뷔하여 감동의 무대를 펼치고 있는 소리꾼 장사익, 이들의 돈키호테력은 가치 있는 일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구하는 힘이었다.

4부 `무모하게`는 남들이 감히 선뜻 하지 못했던 모험을 감행한 돈키호테들을 보여 준다. 제주 올레길의 신선함을 어디에서 나왔으며, “병균으로 병균을 이기겠다는” 에드워드 제너의 역발상은 어떻게 실천될 수 있었으며,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한글을 창제할 수 있었던 세종의 돈키호테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박웅현 대표는 “창의력의 반대는 안전함이다”라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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