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섭

내 몸이 한 장의 필름으로 분리되어

판독기에 걸려 있다

검고 희멀건 채색에 담긴 앙상한 늑골들의 빗살 구조

그 중심부로 휘어져 내린 척추

골반은 육중한 내 육신을 힘겹게 지탱하며 예까지 왔다

한 번도 너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이 나이까지 용케 버티어 왔다

문득 낯선 사람이 불을 끈다

캄캄한 어둠 속으로 내 몸은 감춰지고

젊은 사나이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최후의 심판을 준비한다

나약해진 내 의식은 두려움에 졸아들고

생명이란 것이, 육체란 것이 내 의지로부터

이렇게 쉽사리 떨어져 나갈 수도 있는 걸까?

그의 논고가 신(神)처럼 무서워진다

혹시나 뻥 뚫린 허파, 퉁퉁 부은 간덩이가

안막을 덮어 오는데

창백한 벽면을 타인처럼 바라본다

그곳엔 선고를 기다리는 내 뼈들이

기도처럼 걸려 있다

건강검진을 받고 그 결과를 기다리며, 판독기와 검진 의사의 판정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시인은 내심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스러운 심리를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음을 본다. 이런 경우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일이고, 그런 심리적 불안감은 인지상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인은 꿋꿋이 살아온 한 생을 성찰하면서 그 두려움을 넘어 서는 담담함과 안정된 심정을 보여주고 있음을 본다. 어떤 경우도 담담하게 안고 가겠다는 성숙되고 균형감 있는 삶의 자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