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원<br /><br />계명대 교수·유아교육과
이수원
계명대 교수·유아교육과

최근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는 얼마나 다문화 가정 구성원을 우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을까? 필자는 다문화 가정 외국인 어머니 몇 분과 면담할 기회가 있었는데 외국인 어머니들은 자녀가 재원중인 교육기관에 방문할 때 자신이 마치 죄인이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한 적 있다. 자녀의 부적응 문제의 책임이 마치 자신에게 있는 것 같아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외국인 부모를 둔 아이는 가정과 다른 문화 때문에 교육기관에 적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언어의 차이는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소통하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소통을 할 수 없는 아이는 선생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없어 선생님의 지시나 안내를 따를 수 없고 교실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니 교실 활동에 참여하기 어렵다.

하지만 선생님 입장에서 소통이 불가한 상황은 다문화 가정의 부모나 학생의 문제를 진단하는 근거가 된다. 학생의 소통 어려움은 외국인 어머니가 한국말에 서툴러 한국말을 지도할 수 없음을 비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학생이 선생님의 지시나 안내를 따르지 못할 때 선생님은 학생의 행동을 사회성 문제나 아이큐 문제와 같은 비정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학생을 양육한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 아버지나 어머니는 비정상의 원인 제공자로 여겨질 수 있다. 미국 공립초등학교의 사례를 보면, 다문화 가정 외국인 부모가 학교 선생님과 면담할 때 통역사를 지원받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는 다른 문화, 언어, 생각,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공존하는지에 무관심했고 무지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이 어떨지 가늠해보고 그 어려움을 공감하기 보다는 우리의 기준에서 우리와 다른 것을 비정상 혹은 결핍으로 간주해 왔을 수도 있다.

다문화는 결핍의 근원이 아니라 역량의 뿌리가 될 수 있다. 어린 시기부터 다양한 언어에 노출되면 훗날 새로운 언어를 접해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문화의 차이나 언어의 차이를 경험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 역량이 개발될 수 있다.

한 가지 이상의 언어를 배우려면 서로 다른 언어체계와 규칙을 익히는데 시간이 걸린다. 이중언어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일반가정의 아이보다 다소 느리게 언어를 습득하기는 하여도 일단 언어체계와 문법 간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나면 서로 다른 규칙을 실제 대화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일반 아이의 경우보다 문제해결력이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른 시기의 다문화 경험은, 타인에 대한 편견이나 우월감 대신 다양한 문화에 대한 포용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다문화 가정 아이의 더딘 언어 습득만 보고 아이를 평가하고 이를 외국인 어머니 탓으로 돌리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보아야 할 것이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언어적인 역량과 경험은 영어유치원과 같은 과열된 조기 교육과 비교할 수 없다. 조기교육에 내몰린 유아들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한국어이다. 제2외국어의 조기 학습은 아이들이 학습에 대해 흥미를 잃게 되는 원인이 되며 언어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이나 호기심을 표현할 수가 없어 스트레스를 얻는 원인이 된다.

다문화 가정 외국인 어머니들과 면담을 하면서 필자는 피부색을 초월하여 자식에 대한 어머니 마음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모습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더라도 우리 모두는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라는 공통분모를 가졌다는 것, 내가 차별받거나 손가락질 받는 것을 싫어하듯이 타인도 내가 싫어하는 것을 싫어할 것이라는 것, 내가 존중받고 싶듯이 타인도 존중받길 원할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피부색, 언어, 문화의 차이에 주목하기 보다는 공통점에 주목하는 것이 다문화 사회의 근간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