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현 정

그렇다고 바다를 보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파도 또한 정면으로 보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나는야 고래잡이 선장

갈매기 나르고

술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이 곳에서

어찌하면 독주(毒酒)를 작살을 먼 바다를 이길까 하다가

그리하여 비틀거리는 내 걸음을

게의 옆걸음으로 슬쩍 바꿔보는 것이다

오 게가 간다

집게발을 높이 올리고

거품을 날리며

눈을 내놨다 감추었다 하면서

옆걸음으로

바다를 비껴서

이 시에 나오는 고래잡이 선장은 H 멜빌의 `백경`에 등장하는 에이햅 선장과는 다르다. 독주와 작살과 바다를 이기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용감한 선장이 아니다. 시인은 그런 상황에서 자기를 빼내어 갯벌을 산책하는 산책자로 변신하며 유쾌한 방랑자가 됨을 볼 수 있다. 게의 옆걸음으로 집게발을 올리고 바다를 비껴서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가만히 미소짓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