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찬<br /><br />김천대 교수
▲ 김동찬 김천대 교수

얼마 전 경기도 수원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뉴스에 보도된 화면을 보니, 반팔 차림의 남성이 의자에 앉은 다른 남성을 사정없이 때린다. 그리고는 편의점 안에서 냉동고 문짝을 들고 나와 막무가내로 내리친다. 놀란 편의점 직원이 말려보지만 역부족이다. 편의점 직원이 반팔 차림의 폭력 남성의 편의점 출입을 막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자, 유리병을 집어던져 출입문을 박살낸다.

어처구니 없는 이 폭행 사건의 주인공이자, 뉴스 화면에 나온 반팔 차림의 남성은 41살 이 모 씨,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이 자신을 무시했다며 무자비하게 주먹을 휘두른 사건이다. 이 씨는 광경을 목격하러 몰려든 사람들에게 물을 뿌리다가, 갑자기 지나가던 19살 여대생에게 달려들었다. 여대생에게 달려든 이유는 단순했다. 지나가던 여대생에게, 이 씨가 뿌린 물이 튀었고, 여대생은 갑자기 자신에게 물이 튀니까 놀라서 이 씨를 쳐다 본 것일 뿐. 그런데 이 씨는 여대생이 자신을 기분 나쁘게 째려 봤다고, 주먹으로 연약한 여대생의 얼굴을 무자비하게 가격했다. 얼굴을 주먹으로 맞은 여대생은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여기에서 종결된 것이 아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무차별 폭행남 이 씨를 체포해 지구대로 데려갔지만, 지구대에 체포된 이 씨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심각한 발작 증세를 보였다며 30분 만에 폭행범 이 씨를 풀어줬다. 이 씨를 30분만에 풀어준 경찰에게 이 씨를 왜 풀어주었는지, 기자가 질문을 했는데, 경찰의 대답이 충격적이다. 경찰 왈 “여기서 계속 발작이 일어나서, 잘못하면 이 씨가 죽을 수도 있잖아요. 피해자보다도 `피의자의 인권`이 있잖아요” 라고 취재 나온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피의자의 인권`이라…. 그것도 피해자보다도 피의자의 인권이 우선이라는 지구대 경찰의 무책임한 대답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발작증세 때문에 긴급히 병원으로 이송된 폭행남 이 씨는 두 시간 만에 병원에서 제 발로 귀가했다. 뒤늦게 이 씨의 신병확보에 나선 경찰은 나흘만에 경기도 수원에서 멀리 떨어진 경북 칠곡에서 이 씨를 붙잡아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폭행사건이 발생한 날 즉시 구속영장 청구를 하고 법정 구속을 진행했으면 경북 칠곡까지 체포하러 가야하는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무차별 폭행범의 `피의자 인권`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 씨를 풀어줬다가 다시 체포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대한민국 경찰은 다시한번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지난 대통령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가, 검찰의 수사권과 함께 경찰에게도 수사권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울 만큼 경찰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주변의 여러 구상과 노력이 있으면 무엇하겠나? 이번에 발생한 폭행 사건 피의자 이 씨의 신병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한국 경찰들의 왜곡된 `피의자 인권관`이 총체적으로 재수정 되고 올바로 정립되지 않는다면, 경찰들의 독립적인 수사권을 요구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근무 경력이 오래된 경찰들은, 90년대까지만 해도 “수사할 때, 주먹 한 대에 피의자의 혐의 하나 확인”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뻔뻔하게 묵비권을 행사하는 강력 범죄 피의자를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신속하게 사건을 수사했다는 것이다. 물론, 예전과 같이 폭력을 동원한 조사는 지양해야 할 잘못된 부분이지만, 이번 폭행범 이 씨 사건 담당 경찰의 과도한 피의자 인권 보호 주장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선량한 피해자 보호와 보상, 그리고 무차별 폭행 사건의 재발 방지에 모든 수사 방향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