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우체통에 보금자리
주인 김영남씨 보살핌 속에
새끼 5마리 모두 건강히 부화

▲ 8일 오전 딱새 새끼 5마리가 둥지를 꽉 메울 정도로 자랐다. /손병현기자

【안동】 안동의 한 주택 우체통에서 제집인 양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고 있는 딱새 한 쌍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말 안동시 안막동의 단독 주택에 사는 김영남(32·여)씨는 자신의 집 우체통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우체통 가장자리에 풀과 짚으로 된 둥지 속에서 하얀색의 알 5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앞서 남편이 나무로 만든 가로 30cm 세로 50cm 높이 40cm가량의 우체통이 마치 집 모양 같아서 새들이 찾아온 것으로 직감했다.

무슨 새인지 궁금해진 김씨는 몇 시간을 숨어 지켜본 결과, 참새보다 큰 새 한 쌍이 우체통을 분주하게 드나드는 것을 목격했다.

사진을 촬영해 전문가에 확인했더니 우체통에 보금자리를 튼 주인공은 딱새였다. 김씨는 자칫 딱새 둥지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별도의 우체통을 설치하고 기존 우체통엔 `딱새 가족의 집`이라고 표시했다. 또 집배원에게 우체통에 우편물을 넣지 말도록 사정을 설명해 줬다.

김씨의 정성이 통했는지 딱새 부부가 알 품기를 반복하던 지난달 25일께 우체통 속에서 딱새 새끼 5마리가 모두 무사히 부화했다. 현재 둥지를 꽉 메울 정도로 커져 버린 탓에 어미 딱새도 그만큼 바빠졌다. 처음에는 1~2시간마다, 이젠 20분 단위로 곤충이나 벌레 따위를 잡아 먹이거나 배설물을 제거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정성스레 새끼를 돌보고 있다.

김씨는 “처음엔 우체통 안에 마른 나뭇가지와 풀이 뭉치가 자주 발견돼 바람을 타고 들어갔나 했는데 어느 날 우체통 안을 열어보니 신기하게도 알을 놓여 있었다”며 “부화한 딱새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 모두 무사히 둥지를 떠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텃새인 딱새는 4~5월이 번식기다. 종종 민가 처마 밑이나 나무구멍, 바위틈에 나무껍질 등으로 둥지를 만든다. 몸길이는 14cm에 불과하지만, 모성애가 강하기로 유명하다.

/손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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