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 희

저 오묘한 얼음꽃이

천 도의 불길을 견디고 피어난

진정 화염의 피조물인가

날카로운 슬픔이 살짝만 부딪혀도

쉽게 부서지는 것을 보면

누군가 그 속에

사랑의 절정을 새기려 했음도

금방 알겠다

불과 얼음이라는 상반된 물질들의 지난한 결합으로 탄생하는 것이 유리다. 자신의 속성과 전모를 다 포기해야 이를 수 있는 법열(法悅)의 경지라면 지나친 말일까. 그만큼 힘겹고 어려운 결정체라는 뜻이다. 집착에 사로잡혀 자신을 벗어버리고, 던져버리지 못하는 인간의 속성에 유리라는 결정체 얘기로 회초리를 대는 시인 정신을 본다. 비움과 희생, 배려의 정신으로 소유와 집착에 갇혀있는 우리를 비우고 버릴 수 있어야 눈부신 유리같은 새로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