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우리의 선조는 남자에게 가르치기를 “말을 삼가라”했다. `남아일언 중천금`(男兒一言 重千金)은 남자가 말할 때 취할 수 있는 대표적 태도를 나타낸 말이다. 남자의 입은 결코 가벼울 수 없다는 뜻이다. 남자는 언행으로 그 사람의 인품을 판단 받는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자는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을 가진 사람은 착한 사람이 적다”고 했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이 공자의 이 말에서 나왔다.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려고 아첨하며 마음에 없는 말을 할 때 쓰는 말이다. `입에 발린 달콤한 말`이란 뜻의 감언이설(甘言利說)과 비슷한 말이다. 남자들이 경계해야 할 언어 태도다.

옛날에는 군자 노릇하기도 쉽지 않았다. 군자는 지켜야 할 언행 때문에 제약도 많았다. 관리를 등용하는 인물평가의 기준에 언변이 포함돼 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고 한다. 군자는 용모가 단정하고 말솜씨도 좋아야 관리로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남자에 꼭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말이란 인간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 말에서 출발하고, 신의도 말을 밑바탕으로 한다. 명심보감 언어 편에 말이다.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아니함만 못하고, 한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마디 말이 쓸데가 없다”고 했다. 말은 신중하고 진실돼야 한다. 직급이 높을수록 말에 대한 책임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포럼 회의에 참석했다가 기자들 질문에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고 한다. 사드 보고 누락사건과 관련한 질문에 미리 준비한듯 그는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 했던 것. 조선 때 학자 김천택이 편찬한 청구영언에 나오는 작자 미상의 시조 가운데 일부를 인용, 자신의 심정을 얘기 한 것 같아 보인다. 사드 보고 누락이란 민감한 사안을 두고 한 그의 이 말은 무슨 뜻일까. 해석이 구구하다. 벙어리 냉가슴을 표현한 것일까. 또 다른 구설수를 우려한 방어 전략일까. 아니면 둘 다 일까. 장관의 입 조심 모습이 우습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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