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술 랑

한 점

그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끝까지 들어가 길어 올린 꽃송이

붉은 저 입술

바라만 보고 있다가

홀로

홀로

조용히 떨어뜨린 꽃잎들

고요히 떨어뜨린 꽃잎들

다가가 옷깃이라도 스치며

와르르 쏟아지는

시인의 많은 시에서 발견되는 것은 가려진 것들, 나약한 것들, 소외되어 빛을 받지 못한 것들에 대한 세심한 접근과 말 걸기 혹은 섬세한 기록이다. 기록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속에 내재된 본질과 아름다운 생명력을 집어내어 정갈한 언어의 옷을 입히고 있는 것이다. 짙붉게 우리 곁으로 왔다가 쓸쓸히 떨어져 떠나는 동백꽃, 그 곱고 아쉬운 여정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