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남으로부터 자신의 잘못을 듣는다는 것은 힘들고 괴로운 일이다. 더구나 합리적인 사고가 부족하고 흑백논리가 강한 한국인은 자신의 잘못을 듣는 것에 대해 더욱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우는 자신의 앎이나 행동을 부정하고 결국 자신의 존재 의의나 가치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받아들이면 감정이 격해져 그 감정이 상대로 향하면 화가 되고 자기로 향하면 자괴에 빠지곤 한다.

조선후기 학자인 유중교(1832~1893) 선생이 그의 `성재집`, `연거만지`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평소의 단상을 적은 토막글 중의 하나를 소개한다. 글의 내용은 남에게서 자신의 잘못을 듣는 일은 여러 행운을 거쳐 찾아오는 세 가지 기뻐할 일이라는 것이다. `남이 나에게 잘못이 있다고 일러주면 기뻐할 것이 셋이다. 내가 나에게 잘못이 있음을 알아 고치게 되는 것이 그 하나이고, 남이 나의 잘못으로 인해 잘못되지 않은 것이 그 하나이고, 남이 나를 일러줄 만한 사람으로 여기고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또 그 하나이다`

자기 부정이란 자신을 새롭게 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기존의 완고한 틀을 깨고 성장하는 데에 자기 부정은 필수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남이 나의 잘못을 들추어주는 것은 나를 묵은 틀에서 나오게 하는 반가운 두드림과도 같다. 더욱이 이 두드림을 듣는 일은 두 번의 행운을 거쳐야만 찾아온다. 만약 내가 잘못 생각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상대가 듣고서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였다면 나의 잘못을 듣는 기회는 사라졌을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행운이고, 상대가 나에게 말해봐야 소용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면 아예 말을 꺼내지도 않을 것이니 내 잘못을 나에게 말을 해 준 것은 고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두 번째 행운인 것이다.

2000년 처음 도입된 국회인사청문회제도는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등 고위공직자에 적용되다가 2005년 7월에 국무위원 후보자 전원으로 대상이 확대되었다. 공직자후보에게 주로 검증할 5대 비리는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에 그 초점이 맞춰져있으며 이러한 비리에 관련된 인사는 원칙적으로 고위공직에서 배제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매번 국회청문회를 보면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로 표를 의식한 대선공약이 부메랑이 되어 이 비리에 걸리지 않는 후보자는 거의 없다. 정도가 심하여 낙마를 하는 후보자들을 볼 때 우리사회에서 고위공직자로 임명될 수 있는 상위그룹의 일상적인 불법이나 편법적인 생활에 삶에 힘든 국민들은 분노를 느낀다.

세상의 귀함에는 두 가지 귀함이 있다. 하나는 남에게서 주어지는 귀함으로 지위와 같은 것이 여기에 속한다. 내가 높은 지위에 오르면 남들이 나를 존대한다. 그러나 타에 의해 주어졌기 때문에 빼앗기는 것도 내 뜻과 상관없이 빼앗아 간다. 이런 유형의 귀함은 뺏기고 나면 더 이상 남들이 나를 존경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귀함은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또 다른 귀함은 남에게 구하여 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남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도 아니다. 높은 지위가 없어도 시골에 묻혀 지내도 듣는 자는 존중할 줄 알고 보는 자는 경대할 줄 안다. 또한 지위가 높거나 위력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나를 천하게 할 수가 없다. 그 귀함은 나로 말미암은 것이고 남에게서 주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속하는 것이 바로 재덕(才德)이다.

선거 때면 표를 의식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고, 자신의 이익에 좇아 탈당을 밥 먹듯 하며, 자신들의 그런 행위를 궤변으로 합리화시키려는 정치인들을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옳고 그름을 살피지 못하다가 훗날 더 큰 이익을 망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공자는 `속히 하려고 하지 말고, 조그만 이익을 보지 말라. 속히 하려고 하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좇으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라고 경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