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MRI검사 연계 진단법
수술 전 치료계획 세울 수 있어
국제학회서도 화젯거리로 주목
올 연말 포항서 심포지엄 개최
심부자궁내막증 치료법 공유할 터

지난 4월 싱가포르에서 심부자궁내막증 및 근종, 선근증 학회가 열렸다. 재발률이 매우 높은 심부자궁내막증의 최신 진단부터 수술적·보조적 치료와 근종 선근증 치료에 대한 최신 지식을 소개하고 전 세계 각국의 의사들이 모여 토론하고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이날 심부자궁내막증 환자를 치료한 경험을 발표했다. 약물치료에도 반응하지 않고 2~3회의 수술에도 재발한 심부자궁내막증 환자의 수술적 치료방법을 알리고, 포항성모병원 산부인과에서만 시행하는 직장심부자궁내막증수술적 치료도 소개했다.

가장 큰 화젯거리는 난소에 자궁내막종이 없으면 진단조차 힘들었던 골반 깊숙이 위치한 병변을 특징적인 증상과 초음파와 MRI검사를 연계해 정확히 진단하는 방법이었다. 이를 통해 통증골반지도를 그리고 수술 전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골반 깊숙이 산재한 병변을 무시하거나 못 본체 하지 않고 모두 제거하는 골반 복막절제술이 수술치료 결과 매우 효과적이며, 재발률도 가장 낮다는 것을 알리고 공유할 수 있어 기뻤다.

최근 전국에서 심부자궁내막증 증상이 가장 심한 환자들이 찾아오고 있다. 선근증이 재발한 데다 심부자궁내막증까지 동반된 경우다. 심부자궁내막증은 내년 3월까지 수술이 잡혀 있을 정도다.

사실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수술 범위가 넓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냉동골반을 가진 심부자궁내막증 환자를 매일 수술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고비가 오기도 하지만, 수술 후 편안해하는 환자와 보호자 얼굴을 마주하면 없던 힘도 다시 생긴다.

16년전, 전문의이자 대학교수가 되어 환자를 기다렸지만 근종, 선근증, 자궁내막증, 여성암 진단을 받은 환자 대부분이 인근 대도시나 서울로 가려고 진료의뢰서를 요구하던 일이 다반사였다. 그때 나는 이런 일에 자존심 상해하고 환자를 비난하는 풋내기 전문가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프랑스와 일본의 암센터, 복강경센터를 비롯해 미세 침습수술로 유명한 독일의 대학병원 등을 다니며 수술기법을 익혔다.

그런데 그 곳에서 배운 것은 복강경 수술기술 외에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환자를 배려하고 그들에게 공감하는 긍정적인 자세와 밝은 태도였다.

귀국 후엔 항상 환자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연습을 했다. 어떤 어려운 상황이나 수술 결과 속에서도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하며, 모든 진료 기록이나 영상까지도 직접 보여주면서 좋은 결과든 여의치 않은 결과든 함께 해결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지역 환자들이 나를 의지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전국으로부터 심부 자궁내막증이 재발한 환자들까지 내원해 진료를 받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새로운 결심을 했다. 2년 전부터 우리 병원이 주최해 온 미세 침습수술 심포지엄을 올해에도 맡기로 한 것이다. 작년에 국제심포지엄을 준비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서 올해는 잠시 쉬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최근 마음이 바뀌었다.

그 이유는 포항에서 열리는 이 심포지엄에 참가하기 위해 멀리 목포와 여수, 부산, 서울,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심부자궁내막증 수술에 관심 있는 분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힘을 내 오는 12월 우리 병원에서 직접 심부자궁내막증 라이브 수술을 맡아 진행하는 동시에 이와 관련 토론시간도 가지려고 한다.

수많은 수술을 하면서 마주친 고비들, 심부자궁내막증 수술적 치료의 고난도 기법 익히기 과정 중에 포기하고 싶었던 많은 순간이 있었지만 돈과 명예를 목표로 하지 않고 내 마음의 평화와 만족을 목표로 했기에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며 여러 문제를 환자와 함께 해결할 수 있었다.

인생의 보상은 돈이나 명예가 아닌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마음의 평화다. 정신없이 바쁘고 지치지만 내 마음은 평화롭다. 그 어떤 보상도 내 마음속의 평화로움보다 큰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