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주 대
서 있기만 해도
반평생 용접공의 불똥
빵꾸 난 몸 구멍마다 고름처럼
피리 소리가 새어나오는 곳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목매달아 죽은 시신의 얼굴이 편안했던 곳
죽은 자와 산 자가 연대하는
목숨의 바닥이자 고공인 크레인에서
인간의 궁극을 운다
인간의 궁극은 무얼까. 죽음과 그 죽음을 바라보며 눈시울과 가슴 적시는 슬픔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고공 크레인에서 투쟁하다 죽은 노동자 김진숙을 제재로 쓴 이 시에는 소외되고 열악한 생의 조건들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연민이 녹아 있다. 이 땅의 민초들, 노동자, 농민, 이주노동자들의 힘겨운 삶과 질긴 생명력과 애환을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