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2015년 11월 이후
매매가 하락세 꾸준히 이어와
서울·수도권·광주·전남은 `상승`

#.“서울에서는 일주일새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0.3% 오르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요. 앞으로 몇천 만원은 더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서울시 강남구 L중개업소)

#.“집값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는 두고 봐야죠. 아무래도 올 연말까지는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포항시 북구 I중개업소)

전국 부동산시장 판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전국적으로 부동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가운데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광주·전남지역의 강세가 두드러진 반면 대구·경북지역 기세가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다. 조기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 일주일간 국내 부동산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지만 대구·경북지역은 예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감정원이 실시한 주간 아파트 가격조사에 따르면 5월 넷째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전 주와 비교해 0.05% 상승했지만 대구는 -0.12%, 경북은 -0.09% 하락했다. 개발 호재가 풍부하고 입지여건이 우수한 지역에서는 매매가 상승세가 이어지며 전체적으로는 지난주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이 같은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양상이었다.

그동안 대구·경북지역은 경부축 위주의 국토개발로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강세였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2016년 대구·경북의 3.3㎡당 매매가격은 △대구 116.03%(296만→875만원) △경북 92.84%(221만→545만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광주·전남 지역은 △광주 106.25%(233만→607만원) △전남 73.66%(213만→445만원) 상승하며 대구·경북 상승률을 밑돌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동산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2015년 11월 매매가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2017년 4월까지 17개월간 보합 또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여기다 평균 매매가는 2.9%(899만→873만원)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북 아파트 매매가도 1.99%(556만→544만원) 떨어졌다. 이 와중에 광주는 3.2%(593만→612만원), 전남은 5.1%(432만→454만원) 오르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를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부축 성장가능성의 한계와 국토 균형발전의 기조로 경북권과 호남권의 부동산시장 격차가 줄어드는 양상”이라며 “여기에 호남권을 기반으로 하는 진보정권의 출범으로 광주전남 일대 개발 기대심리까지 작용하고 있어 광주·전남 일대의 지속적인 부동산 시장 온기가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처럼 대구·경북 아파트 매매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지역에서는 전세보다는 매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집값이 떨어질 만큼 떨어진 것으로 여겨 지금이야말로 내 집 마련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혼집을 찾고 있는 예비신부 A씨(32·남구 오천)는 “처음엔 무조건 전세를 고집했는데 요즘 포항 집값이 많이 내려갔다는 얘기를 듣고 고민 중”이라며 “가격이 오르긴 쉬워도 떨어지긴 쉽지 않은 만큼 지금 전세로 들어갔다가 몇 년 후에 집값이 많이 오르면 어쩌나 싶어 매매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각 부처 장·차관 인선 등 내각 구성이 어느 정도 완료되는 오는 6월까진 부동산시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포항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래도 지역에서 인기 있는 매물은 매매가 하락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장미분양으로 통하는 5~6월 청약경쟁률 결과와 함께 지역별 개발 이슈에 따라 단기 가격 흐름이 결정되고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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