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창 환

일찍이 나 아이들 가슴에 집 지어 살고자 하였으되

어떤 집을 지어왔는지 알 수 없다

그로부터 10년, 20년이 지난 지금 어느 날

낙엽이 그리운 창 너머 세상 어디에서

폭닥한 목도리 같은 것에 쌍여 날아온 꽃엽서 한 장

뒤따라 걸려온 전화에서, 어린 딸아이 울음에 섞여 함께 울먹이는

아득하게 그리운, 그리운 목소리 같은 것

세상을 바꾸겠노라고, 아이들을 이 땅에 바로 세우겠노라고

뛰어다니던 젊은 날의 나를 닮은 너희들의

참 아름다운 웃음과 힘찬 목소리 같은 것들이

때때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곤 하지만

알 수 없다 아직은, 너희를 온전히 떠나기 전에는

내가 정말 너희 가슴에 어떤 집을 지어왔는지

그 집, 세월보다 먼저 희미하게 스러져

지금은 모습조차 알아볼 수 없는 낡은 집은 아닌지

교육현장에서 참다운 인간의 길을 가르쳐온 시인은 나의 집 한 채를 짓기 위해 평생을 애써 왔다. 시인이 짓고자 하는 집은 공간 개념으로서의 집이 아니다. 그 집은 학생의 가슴 속에 심어주고 싶은, 그래서 평생을 헌신하며 지어가는, 올바르고 참되게 살아가는 길을 의미한다. 그런 집을 지어가겠다는 시인의 다짐이 조용한 울림으로 다가옴을 느끼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