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실상사 `건칠불좌상`
은가루로 `반야밀다경` 기록
포항성모병원 3D-CT 촬영
의료장비로 조사 첫 사례

▲ 남원 실상사 건칠불좌상 머리 부분에 있었던 불경. /연합뉴스

포항성모병원의 3D-CT 장비가 남원 실상사 극락전에 안치된 조선시대 건칠불좌상의 머리 안에서 14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시대 불경을 판독해 냈다.

대한불교조계종 실상사와 불교문화재연구소는 포항성모병원에서 건칠불좌상을 3D-CT(컴퓨터단층촬영) 장비로 촬영한 결과 뽕나무 종이에 은가루로 쓴 `대반야바라밀다경`을 찾아냈다고 24일 밝혔다.

건칠불(乾漆佛)은 삼베나 종이로 틀을 제작한 뒤 반복적으로 옻칠해서 만드는 불상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05년 X선 촬영을 통해 건칠불좌상 머리에 복장물(腹藏物·불상 안에 넣는 물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으나 그 실체를 파악하진 못했다.

이후 3D-CT 촬영으로 정체가 밝혀졌다. 건칠불좌상의 머릿속에 담긴 고려시대 불경을 발견한 일등 공신은 포항성모병원의 3D-CT 장비다. 짧은 시간에 비접촉, 비파괴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09년 당시 포항성모병원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3D-CT 장비를 도입했다. 성모병원은 지난해 강원도 삼척에서 문화재 발굴 중 발견된 청동탄의 영상판독을 계기로 건칠불좌상까지 촬영하며 진가를 확인했다.

포항성모병원 관계자는 “장비 촬영에 이어 영상판독 하는데만 이틀이 걸렸다”면서 “뛰어난 장비와 우수한 전문의가 있었기에 고려시대 불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불상을 파괴하지 않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원형을 확인하고 불경을 찾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3D-CT 촬영으로 찾아낸 불경은 병풍처럼 접을 수 있는 절첩장(折帖裝) 형태로 전체 600권으로 구성된 `대반야바라밀다경`의 제396권이다.

 

가로 11.8㎝, 세로 30.6㎝ 크기로 끝 부분에는 “이장계(李長桂)와 그의 처 이씨(李氏)가 시주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연구소는 실상사 건칠불좌상과 함께 실상사 보광전에 있는 건칠보살입상도 3D-CT로 촬영해 두 불상이 15세기 전후에 동일한 양식으로 만들어진 삼존불(본존과 좌우 협시를 모시는 형식)임을 밝혀냈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임석규 유적연구실장은 “3D-CT 장비로 불상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조사를 통해 금속성 물질로 글자를 쓴 책이 접혀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불경의 보존 상태가 염려돼 수습했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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