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연일 치솟고 있다. 23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의 특집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전반적인 직무평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무려 87.0%가 `잘함`이라고 답해 90%를 육박했다. 이는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국민들이 얼마나 정상적인 국정운영에 목말라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민통합`이 관건이다. 문 대통령이 주창하고 있는 `나라다운 나라`는 온전한 통합을 이룩할 때 비로소 일궈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며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보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역주의와 이념 갈등, 차별의 비정상이 없는 나라가 노 전 대통령의 꿈이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취임사와 5·18 기념사 등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을 때마다 통합을 외친 문 대통령이 나름의 탕평 인사와 탈권위주의적 행보로 국민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업무지시를 통해 내린 조치들을 보면 슬며시 걱정이 들게 하는 요소들이 없지 않다. 5·18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정도는 그 동안 보수정권의 납득하기 힘든 아집이었다는 인상이 있었던 만큼 납득할 만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지시들은 과거 정부 정책에 대한 감정적 `뒤집기` 성격이 짙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 세월호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 재판이 마무리 단계이거나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은 무엇보다도 `검찰개혁` 과업에 전면 배치된다는 비판을 살 여지가 있다. 취임 이틀 만에는 두 번째 업무지시를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

`4대강 사업 정책감사` 지시는 즉각 정치적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4대강 보로 인해 홍수와 한해(旱害)가 없어졌다. 그것만 하더라도 1년에 수십조 원의 이득을 보고 있다”며 “헛발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과 바른정당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이나 정치감사`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지난 3차례의 감사를 `윗선의 입맛에 맞는 감사`라고 규정하는 것은 이번 감사 역시 `입맛에 맞는 감사`가 될 수밖에 없음을 드러내는 자기모순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에 앞서 야당 대표들을 만나는 등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 양쪽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통합 행보는 일관성 있게 이어져야 한다.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얕은 치세술이라면 결코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진정한 `국민통합` 없이는 결코 `나라다운 나라`로 갈 수 없음을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