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알파고가 또 이겼다. 기계가 인간에게 내리 패배를 안기고 있는 중이다. 이세돌이 한 판 이겼던 기억을 이제는 어쩌면 인간이 기계를 이겼던 마지막 한 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예언마저 번지고 있다. 인간이 만든 기계가 인간을 이기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인간은 기계를 어찌 할 것인가. 기계와의 싸움은 이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만 물러설 것인가. 아니면, 또다른 새로움을 향하여 나아갈 것인가.

4차산업혁명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에게 다가왔던 녹색성장과 창조경제가 이 나라에 즐거운 성과를 안겨주기보다 의심스러운 이력만 남기고 사라져간 기억이 있다. 그래서일까, 지금 번지고 있는 저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도 뭐 그리 크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 해를 거듭하며 전 세계의 경제지도자들이 만나 인류경제의 미래를 내다보며 지혜를 모았다는 다보스포럼에서도 화두는 `4차산업혁명`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것이 무엇인지 분명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현상적으로 새로운 물결이 이미 다가와 있으며 우리는 이를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여 이렇게 높은 관심을 두는 것일까. 이전의 기술혁명과 무엇이 다르기에 두려움에 가까운 경계를 하는 것일까.

`탁월함을 찾아서(In Search of Excellence.)`를 쓴 탐 피터스(Tom Peters)가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앞으로 사람을 뽑을 때, 학점 4.0 이상은 절대로 선발하지 마시라. A학점 졸업생은 B학점 졸업생 아래에서 일할 것이고, B학점 졸업생은 C학점 졸업생 회사에 고용될 것이며, D학점 졸업생이 자기 이름이 붙은 빌딩을 가지게 될 것이다.` 물론, 과장이 섞인 농담처럼 들리지만, 나름 경영의 현장을 들여다보는 지혜가 담긴 생각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동안 정답을 잘 찾는 사람을 대접하여 왔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며 틀린 답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해진 길에 충실한 역군들이 그동안 수고하여 이만큼 나아왔다면, 이제는 새로운 도전과 창의에 그 길을 내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재구성과 역발상으로 이전과는 다른 무엇을 만들어 낼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실수와 실패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낼 기본이 없는 것이다. 차근차근 정답에 몰두하며 찾아낸 것이 오늘이었다면, 좌충우돌 우답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내일을 열어갈 것이다. 알파고를 경험한 이세돌의 선언은 그래서 놀랍다. `인간이 진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인간이 만들지 않았던가. 끊임없이 더 나은 기계로 만들어 가는 일도 사람들이 해야할 것이 아닌가.

그간의 산업혁명들을 통해서 인간이 기계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발전해 왔다면, 인간과 기계가 함께 생각하고 만들어가며 하나가 되어가는 숙제를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 모습이 어떠하든지, 결국 인간이 더 좋은 세상을 구현해 가는 또 하나의 노력이 아닐까. 특별히 놀라거나 두려워하기보다 이 파도를 어떻게 잘 타고 넘을 것인가 즐거운 창발성을 발휘할 때인 것이다. 늘 100점을 받아내는 암기력으로 승부하기보다 할 때마다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가는 상상력으로 맞설 때인 것이다.

이제 겨우 시작인 것이다. 그동안 대상이요 객체였던 기계에게 이제는 인간과 함께 호흡하며 생각하는 가능성이 열렸을 뿐이다. 인터넷과 사이버 세상이 현실의 체험과 어우러지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만나서 함께 활약하는 날들이 열려가는 것이다.

교육의 현장에서도 이전과는 분명히 다르게 다음 세대를 만나야 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가르칠 일은 세상에 없다. 함께 배우고 함께 만들어 가는 내일이 있을 뿐이다. 어떻게 배울 것인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내일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