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상, OCN `터널`서 악역 열연
“목진우役, 닮은구석 없어 어려워”

“목진우는 저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어요. 저는 본능이 앞서는데, 목진우는 이성이 본능을 누르는 소시오패스잖아요. 사이코패스와 달리 말투가 차분하고, 잘 웃기도 하고요. 그래서 참 어려웠어요.”

OCN 개국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퇴장한 `터널`에서 악역 목진우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김민상(49)은 최근 쏟아지는 관심에 행복해했다.

김민상은 23일 인터뷰에서 목진우를 연기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보통 한 역할을 맡으면 내 안에서 그 캐릭터의 특징을 많이 찾는데, 목진우는 비슷한 부분이 전혀 없어서 고민이 많았다“며 ”내가 먼저 목진우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목진우는 사회적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에도 정신 만큼은 끝까지 무너지지 않아 더 섬뜩했다. “끝에 `사람들이 날 모른다니까`라며 되뇌는 장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목진우는 끊임없이 자기최면을 걸어요. 그게 차분함 속의 광기를 유지해주는 힘이죠. 저 역시 `사회 정의를 위해 더러운 것들을 없앤다`는 목진우의 신념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자기최면을 통해 몰입하려 노력했어요.” 김민상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목진우가 감옥에 갇힌 정호영(허성태 분)을 찾아간 신을 꼽았다. 정호영은 “죽으면 나올 수 있겠다”는 목진우의 말에 자살했다.

그는 “허성태씨가 인터뷰한 것을 봤는데, 대본에는 없던 저의 웃음에 눈물이 났다고 하더라”며 “그런데 오히려 내가 웃은 것은 허성태씨의 리액션 덕분이었다. 그의 리액션이 좋아 더 놀려주고 싶었고,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민상은 `터널`의 인기비결로는 `대본`을 꼽았다.

“작가님이 젊은 여자 분인데, 평소에는 목소리도 너무 작아서 말이 잘 안 들릴 정도거든요. 그런데 어디서 그런 배포가 나오는지 전개가 아주 시원시원해요. 목진우도 처음부터 언행이 수상해서 의심을 샀잖아요. 저는 처음에 `좀 숨겨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는데, 작가님이 괜찮다면서 의심하게 두래요. 그러면서 스토리를 아끼지를 않더라고요. 꼬지 않고 `훅훅` 질러요. 그게 매력이었죠.” 그는 함께 호흡한 동료 배우들에 대해서도 큰 애정을 드러냈다.

“최진혁씨는 집중할 때 눈빛을 보면 동물적인 에너지로 꽉 차 있어요. 윤현민씨는 정반대로 매우 차분하고요. 박광호(최진혁)가 나쁜 길로 빠졌으면 정호영, 김선재(윤현민)가 나쁜 길로 빠졌으면 목진우가 되지 않았을까요? 이유영씨도 순수하면서도 강한 정신력이 인상 깊었습니다.”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이지만 김민상은 1992년 연극 `바리데기`로 데뷔해 오랫동안 극장에 섰다. 연극배우 출신 중년 배우에게는 으레 `배고팠던 시절`을 물어보게 되는데, 그는 “그 생활을 즐기지 못하면 게으른 것”이라고 예상 밖의 답을 내놨다.

“버스비가 없어 집에 걸어간 경험은 누구나 있잖아요. 돈 벌려고 연극을 하는 사람은 없어요. 연극배우는 저녁 8시에 공연하고 술 마시고 새벽에 잠들어서 다시 오후 4시께 나와 공연 준비하는 `한량`이죠. 그 생활을 즐겨야 예술가인 것 같아요. 전 광고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어요. 100군데 사진을 돌리다 보면 한 곳은 걸리거든요. 한 번만 걸리면 점점 확률이 높아져서 나중에는 월세 낼 정도가 되더라고요.”

연극 `베니스의 상인`을 볼 때 느꼈던 전율 때문에 대입 시험 70일 전 책을 덮고 연극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연기생활 26년 차인데도 아직 배우라는 타이틀이 쑥스럽다며 그것을 극복하는 게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어떤 연기를 하더라도 항상 다 채우지 못해서 아쉽다”며 “어떻게 보면 다채울 수 없기에 배우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 배우라는 두 글자가 덜 쑥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