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여 일 만에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그동안 강도 높은 조사와 수사를 여러 차례 받았는데 또다시 감사를 지시한 것은 명백한 정치보복이라는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감사에 대해 개인의 위법, 탈법행위 적발 목적이 아니라고 애써 설명하고 있지만 이게 과연 그렇게 시급한 국정현안인지부터 의문이다.

청와대는 다음달 1일부터 녹조발생 우려가 큰 낙동강 주변의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와 금강 주변의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 6개 보를 상시 개방하도록 결정했다. 또한, 4대강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을 구성해 향후 1년간 4대강 전체 16개 보 주변의 생태계 및 수질·수량상태를 평가한 뒤 내년 말까지 보의 철거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4대강 사업은 사업기획 단계에서부터 찬반양론이 갈려 온 나라가 시끌시끌했다. 국민들은 도대체 이 사업을 놓고 왜 정치권이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며 하염없이 지지고 볶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청와대의 이번 조치를 놓고도 환영과 우려라는 상이한 반응이 혼재하고 있다. 환경단체 등은 수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6개 보 상시 개방 조치로 보의 수위가 낮아질 경우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영농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방류량이 늘어 유속이 빨라지면 세굴현상으로 강바닥이 패어 보 구조물의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세 번이나 감사를 실시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까지 동원해 이 잡듯 뒤졌다. 그 결과 공사에 참여했던 기업들만 이런저런 고초를 겪었을 뿐 크게 드러난 것이 없었다.

중립적으로 평가받는 민간 전문가 92명으로 구성된 민간합동위원회가 240회의 현장조사 등 1년을 활동한 끝에 2014년 12월 2천500쪽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보고서 결론은 `일부 부작용도 있지만 홍수와 가뭄 대비 면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었다.

취임 이후 국민들의 지지율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행보는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다시 파헤치겠다`는 결정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청와대가 아무리 극구 부인을 해도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 거친 `정치보복` 논란을 확산시킬 게 뻔하다. 필연적으로 가야 할 `협치의 정치`는 또 어떻게 될까도 걱정스럽다. 무엇보다도 정책 우선순위 대목에서 의문이다. 국민들의 신산한 삶을 개선시키기 위한 수많은 정책현안들을 젖혀놓을 만큼 `4대강 감사`가 정말 그리 급한 일인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