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병 현

산에 오면

나무와 사람들이 다를 바 없고

풀과 내가 다를 바 없네

내 외로울 때

풀들은 내 손등을 비비고

사람들이 노여워할 때

나무는 삶의 무게와 빛깔을 일러 주네

내가 사람들에 섞이지 않고

풀이나 나무가 되었으면

풀과 나무와 사람을

포근히도 안은 산

그의 언어를

나는 아무래도 다 읽지 못하네

필자의 고등학교 은사이기도 한 시인의 겸허하고 청빈한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시다. 우주 만상의 하나로서 한 생을 살아 가는데는 나무나 풀이나 사람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하늘이 준 천수를 누리며 서로가 섞여서 자연스레 살아가는 것이다. 산에 오르며 시인은 더 가지려고 아옹다옹하는 우리네 인생을 햇살 받고 비바람 눈보라를 견디며 살아가는 나무나 풀에 견주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꽃 피고 새 잎을 내놓은 나무나 풀의 언어. 그 자연의 언어에 가만히 귀 기울여보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