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수<br /><br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월 생활비가 얼마일까?

필자가 계산해 보겠다. 어렵지 않다. 각자의 한달 생활비는 천문학적 비용이다.

먼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물을 생각해보면, 하루에 세 번 먹는 음식이 있다. 한끼만 걸러도 고통스럽다. 그러나 안 먹고도 5주 정도는 생존한다.

더 긴요한 것이 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마시는 물이다. 물을 섭취하지 않고도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5일 정도 생존할 수 있다.

더 급박한 것이 있다. 인간은 공기를 5분만 섭취하지 않아도 생명이 끊어지게 된다. 탄광이 붕괴돼 사람이 나오지 못하면, 먼저 공기 공급이 급선무다. 그 다음이 물 공급이다. 그리고 음식이다.

우리는 공기를 돈 주고 사 마시지는 않는다. 부유한 사람에게도 가난한 사람에게도 모두 공짜다. 물은 어떤가? 수돗물 값을 내지만, 너무 가난해 물도 마시지 못해 죽게 됐다는 사람은 없다. 음식? 소득이 낮았던 시대에는 음식이 한국인들 가계부의 가장 큰 항목이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그런데 다이아몬드는 어떤가? 산업적 용도가 있지만, 없어도 생명에 지장없는 다이아몬드는 무척 비싸다. 공기처럼 아무나 마음대로 가질 수 없다. 생명에 절대 긴요하지만 무료로 공급되는 공기와 대조적이다. 경제학에서 이 현상을 `가치의 모순(Paradox of Value)`이라 부른다. 가장 가치 높은 공기는 `시장가격`이 제로인데, 없어도 살 수 있는 다이아몬드의 `시장가격`은 가장 비싼 부류에 속한다.

내 손으로 직접 공기를 만들어 호흡해야 한다면 생존할 사람이 있을까? 공기를 돈 주고 마신다면 그 비용을 감당할 부자가 있을까? 이 비용은 천문학적 숫자일 것이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물도 다를 바 없다.

음식은 어떤가. 모든 동물은 궁극적으로 식물을 먹고 산다. 식물은 공기, 물을 태양의 빛과 합성시켜 영양분을 생산한다.

태양? 지구보다 약 100만배 큰 태양으로부터 지구가 한 시간 받는 열은 인류가 1년간 사용하는 에너지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일 24년 간 사용할 에너지를 받는다. 매달 우리는 720년간 사용할 열을 태양으로부터 받고 있다. 화폐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직접 태양열을 만들어야 한다면 생존할 사람이 있을까? 태양이 없다면 지구는 곧 꽁꽁 얼게 될 것이다. 사서 쓴다면 그 비용을 감당할 부자가 있을까? 비용은 천문학적 숫자를 초월할 것이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그뿐인가? 우리 몸을 둘러보자.

두뇌작동이 멈추면, 곧 죽거나 식물인간이 된다. 최근 두뇌 과학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두뇌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있다. 컴퓨터 중에서도 컴퓨터인 두뇌의 쉬지 않는 작동을 인공지능 시대에 돌입한 오늘날에도 대체할 방법이 없다. 두뇌와 그 기능도 공짜다.

1분에 72번 박동하는 심장은 어떠한가? 심장이 멈추면 곧 사망하게 되고, 불규칙적으로 박동해도 보통 큰일이 아니다. 내 노력 없이 심장은 밤낮없이 내가 자는 중에도 박동하고 있다. 하루에도 10만 번 이상, 일년에 3천800만 번 박동하는 심장을 우리가 인공호흡하듯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잠도 못 자고 어떻게 내 스스로 인공호흡할 수 있으랴. 심장도 그 기능도 모두에게 공짜다.

산소를 들이키고, 다른 해소를 배출하는 허파도 있다. 우리 몸에 이것들 뿐인가. 지구를 몇 번이고 감을 수 있는 혈관, 내장을 비롯한 여러 신체 부위들의 작용, 세포분열, 손톱, 발톱 등 우리가 받는 수많은 자연의 혜택은 한도 끝도 없다.

아인슈타인은 자연을 이해하면 그로부터 인간의 행동규범이 어떠해야 하는가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당신과 나의 실질 생활비는 차이 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사회신분이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실질 생활비는 차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