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미국의 가계부채는 2008년 리만 사태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의 실업률은 4%대로 낮아졌지만 소비자들의 빚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학자금 대출의 연체율은 10%까지 상승했으며 카드 대출, 자동차 할부 대출로 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 근본 원인은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는데서 찾을 수 있다. 영국도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도 낮아 근로자들은 감봉을 체감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 형편은 좀 낫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왜 경영자들은 종업원들의 임금 인상에 인색할까?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필립스 커브는 고용이 증가할수록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져 임금이 상승하고, 그로 인한 인건비 유발 인플레가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지금은 필립스 커브의 설명력이 매우 낮다. 이런 현상을 놓고 정치인들이 당황하고 있다.

구경제에서 신경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나타나는 생산성 하락으로 그 이유를 설명하고 싶다. 세계경제가 저성장에 진입함에 따라 구경제의 생산설비는 부가가치가 떨어진다. 그러나 신경제에서 의미있는 실적을 내기 전에는 구경제를 제거할 수 없다. 결국 과도기에 기업은 구경제와 신경제를 모두 유지해야 하므로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실업률이 낮은 것이다. 그러나 구경제의 부가가치는 예전만 못하다. 향후 위축될 산업에 생산성 개선을 위한 투자도 어울리지 않는다. 한편 신경제에서는 투자만 이루어질 뿐 아직 부가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결국 양쪽 모두 생산성이 미흡하고, 이런 상황에서 고용주는 임금을 올려주기 어렵다.

인터넷의 발달이 종업원들의 임금을 낮추는 작용도 한다. 과거에는 적임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알음알음` 찾는 경우도 많았고, 급해서 채용했다가 너무 후한 임금을 준 것 같아 후회하는 경우도 흔했다. 그러나 지금은 구직자들의 이력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인터넷 포털이 늘어나고, 심지어 인공지능을 이용해 기업들이 원하는 인력을 찾아주는 맞춤형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즉 노동자의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심지어 근로시간 무보장 계약(zero hour contract)까지 등장했다.

과도기의 고통을 달래주기 위해 정부는 지치도록 정책을 쓰고 있지만 약효는 미지근하다. 지난 100년간 세계경제가 정부의 부양정책에 힘입어 침체에서 회복으로 돌아서는 기간은 평균 6년이 소요됐었는데 지금은 리만 사태 이후 8년간 다양한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불안한 부분은 먼저 일부 구경제 기업들이 더 이상 못 버티고 감원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의 포드(Ford) 자동차는 북미 및 아시아 정규직의 10% 감원을 선언했다. 미국 자동차 판매는 연간 1천700만대를 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초저금리 및 저유가에 힘입어 1천700만대를 계속 상회했다. 비정상적인 판매 증가였다. 앞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전기차의 시대가 얼마나 빨리 올지도 모른다. 이런 불확실성을 앞두고 포드의 경영진은 가급적 조직을 작고 효율적으로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감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화나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드에게는 급한 의사결정이었다. 눈치 빠른 GM은 지난해 감원을 했고, 지금은 인도시장 철수에 이어 한국에서도 빠져나갈 조짐이다.

한편 캐나다의 부동산 대출 업체인 홈 캐피탈의 예금인출사태도 마음에 걸린다. 그동안 주택의 임대소득보다 주택가격이 훨씬 빨리 올랐다. 즉 가격 거품이 생긴 것이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기 18개월 전 미국의 2위 모기지 대출업체였던 뉴 센트리(New Century)가 난관에 봉착했던 사실이 기억난다. 그럼에도 모든 투자자들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생각한다. 너무 낙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