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봉준호 감독·배우들 기자간담회

▲ 지난 20일(현지시간) 제70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에서 `옥자`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연합뉴스

“새까맣게 타버렸습니다.”

영화 `옥자`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이 20일(현지시간)칸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칸에 오기 전 “불타는 프라이팬에 올라가는 생선 같은 느낌”이라며 긴장감을 내비쳤던 그는 전날 밤 뤼미에르 극장에서 `옥자` 공식 상영을 마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옥자`에 출연한 변희봉과 안서현, 스티븐 연이 함께 자리했다.

변희봉은 “칸에 오게 된 것은 배우의 로망”이라며 “배우 생활을 오래 했지만 칸에 온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다. 꼭 벼락 맞은 사람 같고, 70도로 기운 고목에 꽃이 핀 기분”이라며 감격해 했다.

다음은 봉 감독과 배우들의 일문일답.

-극 중 미자가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데.

△ 만화 `미래소년 코난`을 보면 코난은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액션을 보여준다. 코난의 여자아이 버전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미자는 산에서 자란 아이다. 옥자는 동물인데 사람 같은 면이 있고, 미자는 사람인데 동물다운 면이 있다.

미자는 어떤 상황에 부닥치면 짐승처럼 돌진할 수 있고, 대기업도 이 아이를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이미지와 느낌을 주고 싶었다.

-`괴물`에 이어 `옥자`에서도 약자끼리의 연대를 그렸다.

△옥자는 애초 그런 식의 구조로 시나리오를 구축한 것은 아니다. 영화의 중심에는 옥자라는 생명체가 있고, 이 동물을 바라보는 세 그룹이 있다. 가족으로 생각하는 미자, 그리고 동물을 제품으로 보는 그룹, 그리고 동물에 대한 정치적인 이상을 실현하려는 그룹이다. 이 세 그룹이 충돌하는 이야기다.

-옥자의 이미지는 어떻게 탄생했나

△ 가장 수줍고 순하며, 남이 공격해도 당하기만 하는 그런 동물의 인상을 만들고 싶었다. 옥자는 돼지, 하마, 코끼리의 요소를 섞었지만 얼굴은 매너티라는 동물을 참고했다.

-영화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저도 집에 반려견이 있다. 인간이 자연의 흐름 속에서 동물을 먹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자본주의의 대량 생산 시스템에서 나온다. 영화를 찍기전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거대한 도살장에 간 적이 있다. 잠실 주 경기장보다 더 큰곳에서 하루에 수천, 수만 마리가 죽어 나가더라. 동물이 분해되는 과정을 보면서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인류가 고기를 먹었지만, 자본주의 이전에는 필요한 만큼 먹고, 동물들도 자연스러운 삶을 살았다. 지금은 애초부터 먹기 위해 배치되고 키워진다. 동물이 공장 시스템의 일부가 돼 고통 속에 자랐다가 금속 기계로 빠르게 분해된다. 이는 인간의 원초적인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다. 이 영화에는 이런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름이 옥자인 이유는

△같은 이름을 가진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가장 촌스러운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 그런 이름을 가진 동물이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의 동물이라는 것은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저는 영화를 찍을 때마다 안 어울리는 것의 조합을 좋아한다.

-(안서현) 실제 동물이 없었는데, 어떤 생각을 하고 감정 연기를 했나.

△집에 `랑이`라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또 제 오빠도 푸근하고 저와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옥자와 닮은 면이 있다. 강아지와 오빠 같은 느낌을 함께 떠올리며 연기했다. 어제 영화를 보면서 10년 동안 제가 진짜로 애지중지 키운 옥자를 처음 보여드리는 느낌이어서 너무 뿌듯했다.

-(스티븐 연) 본인 캐릭터와 봉 감독과의 작업은

△봉 감독과 함께 일한 것은 멋진 경험이었다. (그는 극 중 동물단체 2인자로 나온다) 봉 감독은 디테일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 잘 그려줬다. 봉 감독이 마련해준 틀에서 오히려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었다.

-(변희봉) 칸의 레드카펫을 밟은 소감은.

△ 황홀했다. 소원을 이룬 것 같다. 이것이 행복인가 생각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레드카펫이 그렇게 긴 줄 몰랐다.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도 들더라. 이제 다 저물었는데, 뭔가 미래의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니냐 하는 기대감도 생각했다. 힘과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았다. 두고 봐달라. 제가 이다음에 무엇을 할지. 죽는 날까지 열심히 할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