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는 올해 안으로 본청과 산하 공기업의 직접 고용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경북도도 지난 2월부터 일자리 비상대책 전략의 하나로 산하 출자·출연기관 30곳의 비정규직을 전수 조사해 단계별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 도내 최대 기초자치단체인 포항시 역시 새 정부 기조에 맞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도입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이후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국노총은 “우정사업본부 소속 집배원과 택배원 8천500명을 정규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전국 17만여 명 간호조무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외치고 있다. 서울대 `비학생 조교` 250여 명은 정규직의 95% 임금 보장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총파업에 돌입했다.
우리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전면 철폐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332개 공공기관 가운데 영업이익을 내는 곳은 101곳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적자를 내거나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다. 당장 정규직으로 바꿔야 하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 3만6천202명에 대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 파견 근로자 8만3천328명을 포함하면 인원은 약 12만명으로 불어난다.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는 일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공공기관만 해도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50~60%에 불과하다. 수술대에 올려야 할 사회적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비정규직 차별이 왜 만연하는지부터 따져 봐야 한다.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고육책인 경우가 많고, 강경 노동조합에 막혀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 `비정규직 제로`는 치밀한 대책과 사전 준비가 있어야 성공이 담보될 수 있다. 공공기관과 기업 부담을 어찌 최소화할지, 임금 수준을 어느 선에 맞출지, 근로행태를 어찌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기관과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대책도 확보돼야 한다. 무엇보다 정규직의 양보와 노동개혁이 전제돼야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선의` 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정부정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