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사도세자 기록과 대통령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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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7.05.18   게재일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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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우리는 사도세자(1735-1762)하면 당쟁으로 억울하게 죽은 세자를 그린다. 눈물로 그를 동정하며 그의 정신질환조차 인정하지 않으면서 성군의 자질을 지닌 인물이라고 단정하는 경우도 있다. 역사책들도 당쟁이 사도세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이로 인해 어머니가 당쟁에 사로잡혀 자식을 죽였다는 설명도 별다른 의심 없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사도세자의 어머니 선희궁 영빈 이씨는 영조에게 친자식인 세자에게 대 처분을 내리자고 한 여인이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는 사도세자를 살인자로 기록하고 있으며 그 살인방식도 매우 끔찍하다. 정조의 생모이며 세자빈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에 `그 머리를 들고 드러오시어 내인들에게 회시하오시니 내가 그때 사람의 머리 버힌 거슬 보아시니` 라고 적고 있다. 즉 내관 김한채를 죽여서 그의 목을 잘라 들고 궁내를 돌아다녔다고 목격담을 적은 것이다. 이 사건은 세자 본인의 입으로도 시인하고 김한채를 위해 휼전을 내리도록 했다. 이 후에도 자신의 친자식을 낳은 후궁을 죽였고 점치는 맹인도 죽였다. 정조가 책 `천유록`을 읽고 그가 죽인 사람의 수가 워낙 많아 제목을 `대천록`으로 직접 고쳐주었으며 그 책 속에 세자가 죽인 사람의 숫자가 들어있다. `세자가 죽인 중관, 내인, 노속이 거의 백여 명에 이르고 낙형 등이 참혹하다`라고 적혀있다. 100여 명에 달하는 사람을 죽인 희대의 살인자라고 영조가 직접 말한 내용이 세자를 폐하며 발표한 `폐 세자반교문`의 첫머리에 나온다.

죄 없는 백성을 무수히 죽인 패악이 세상에 드러나지만 장인인 홍봉한은 사건을 감추기에 급급했고, 대신들은 세자를 비호하면서 병으로 인해 생긴 아무것도 아닌 사건인 것처럼 말한다. 아버지 영조에게 반발해 두 번이나 우물에서 투신자살 소동으로 불효를 저질러도 영조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라 말하고, 친어머니가 영조의 신변이 위험하니 세자를 죽이자고 말해도 당시 신하들은 오히려 궁중의 여인이 국본을 흔들었다고 말하고 만다. 친어머니인 선희궁 영빈 이씨의 내인도 살해당했다. 어머니를 모시는 내인을 살해한 행위는 효를 강조하는 유교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다. 친여동생 화완옹주에게도 칼을 들이댔고, 그 어머니조차 위협을 느끼고 간신히 죽음에서 벗어나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사도세자의 패악이 사초에 제대로 언급되지 않은 출발점은 `승정원일기`가 삭제된 영조52년 2월일 것이다. 정조의 효심은 아버지를 살인마로 내버려 둘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승정원일기는 오려지고 세검정에서 씻겨 사라졌다. 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는 일기는 사도세자 관련 부분에서 유독 너덜거린다. 오려지고 통째로 찢겨져 나간 곳이 100여 곳이 넘는다. 그리고 곳곳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아래 한 장은 칼로 삭제되었다. 병신년 전교로 인해 세초했다` 그 후 민간기록 역시 무사하지 못했으며 정조는 `현륭원지`를 작성하면서 단 한군데에서도 사도세자의 비행을 언급하지 않는다. 역사조작은 반드시 악인이 하는 것만은 아님을 잘려나간 승정원일기가 말해주고 있다. 진실을 도려낸 조작을 효성스런 계몽군주 정조가 시도했고 결국 성공했다.

250년의 시대를 넘어 오늘날 역대 대통령의 기록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기록이 제대로 남지 못했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무렵 몇 달 동안은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하거나 심지어 밤에 불태웠다는 증언까지 더해진다. 인수인계 자료는 커녕 당장 처리해야 할 각종 현안들이 그동안 어떻게 진행돼왔는지 찾아볼 방법조차 없다. 지정기록물은 목록이 공개되지 않아 지난 정부에서 어떤 자료를 폐기하고 어떤 기록물을 봉인했는지도 알 수 없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남기는 중요한 사료들의 증거인멸에 죄책감도 없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록은 남기지 않는다` 이 말은 청와대에 근무했던 관계자들이 남긴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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