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주

지나가는 비에

도시가 박살났다

유리창 속에 물구나무선 도시

그림퍼즐처럼

박살난 도시 위로

어지럽게 피던 물꽃들

자취 없이 지자

금세 새 유리창을 갈아 끼우는 강물

강물 속으로

천천히 기차가 지나간다

가로등은 물고기들의 밤길을 위해

물 속에도 등을 켜고

다시, 붉은 네온 띠의 다리 위에선

유리창 깨지는 소동에 놀라

물꽃 속으로 흩어졌던

사람들, 물고기들

집중호우 때문에 비에 잠긴 도시의 풍경을 펼쳐 보이고 있다. 시인은 비에 잠긴 도시를 깨어져 박살난 유리도시로, 비에 젖은 사람들을 물고기들로 표현하고 있다. 깨어진 유리창을 갈아 끼우고 도시는 금방 복원되고 새로이 축조되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휴머니즘이 사라져가는 세상을 향한 아쉽고 안타까운 심정이 시 전체에 깔려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