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성 우

벼르고 벼르다가

집안에 우거진 잡목들을 캐냈다

잡나무를 마당에 던져 말리다가

버드나무 껍질 벗겨 코뚜레 만들었다

매끈매끈 벗겨진 버드나무 가지

안쪽으로 힘주어 밀면, 둥글게 휘어졌다

칡덩굴과 구리줄 칭칭 감아

코뚜레 모양을 둥글둥글 잡았다

노간주나무 코뚜레도

물푸레나무 코뚜레도 아닌

버드나무 코뚜레를 세 개나 만들어

일터 사무실 입구에 걸어두었다

그러고는 까마득히 잊었으나

첫 번째 만든 코뚜레에 걸려든

서울처녀한테 장가를 들고

두 번째 만든 코뚜레에 걸려든

강변 빈집을 거저 얻었다

그리고 마지막 코뚜레에

스스로 걸려든 내가,

고분고분 얌전해져 있었다

버드나무 껍질을 벗겨 코뚜레를 만드는 과정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는 전원적인 분위기의 시다. 그러나 시인의 인식은 거기에 머물러 있지 않다. 코뚜레는 구속과 억압받는 상징이 아닐 수 없다. 시련과 좌절의 의미도 품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실존의 위기 의식을 초월하고자 하는 시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방황과 불안정과 시련이 극복되어 초월하고 세상과 화해하려는 정신이 나타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