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 근

청춘남녀의 애달픈 사랑인가

붉게 타오르는 빛이 보이지도 않고

페로몬 향이 나는 사랑의 냄새도 없는 것이

몸과 마음 깊숙이 파고들어

사랑하는 이의 속을 활활 태워버리고는

천년이 지나 발견된 미라에도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을

지독한 사랑의 흔적 같은

방사능

무한한 에너지를 준다고 믿고 있는 원자력에 대한 재인식을 촉구하는 작품이다.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사고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다. 아주 광범위하고 오랜 시간 동안 모든 생명체들을 무력화시키고 파멸에 이르게 하는 방사능은 시인의 말처럼 마치 지독한 사랑의 흔적 같은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는 시인의 연작시 `방사능 시대`는 갈수록 원자력발전 의존율을 높여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