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추협곡
▲ 용추협곡

청송군이 제주도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에 등재됐다. 내륙에서는 최초다.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위원회에서 등재권고 된 지 약 5개월만인 지난 1일 오후 4시 30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청송군이 최종 채택됐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전세계 33개국 127개 장소가 인증됐고 청송과 함께 이번에 세계지질공원으로 이름을 올린 곳은 프랑스 Causses de Quercy, 이란 Qeshm Island, 스페인 Las Loras 등 6개국 8개 장소뿐이다.

국내서 제주도 이어 두번째… 전 세계 33개국 127개소
주왕산·청송꽃돌·법수도석 지질명소 등 평가단들 호평
郡, 차별화된 미래발전계획으로 지질관광 활성화 노력

◇시골의 작은 지방자치단체가 세계에 우뚝

청송의 세계지질공원 인증은 또 다른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전까지는 세계지질공원이 유네스코에서 지원하는 협력프로그램이었지만 지난 2015년 11월 유네스코 정식프로그램으로 등록되면서 세계지질공원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질유산의 국제적 가치 증명,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을 위한 기여사항 등 가입조건 또한 좀 더 엄격해졌다. 이처럼 청송이라는 대한민국의 작은 시골마을인 자치단체에서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세계에 우뚝 선 것이다.

청송은 지난 2011년부터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위해 학술조사를 실시해 지질명소들을 개발하면서 학술적 가치를 발굴했다. 그리고 세계지질공원T/F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박차를 가해 2014년에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게 됐다.

2015년 11월 말, 새롭게 바뀐 서식에 의거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신청서와 부속서류를 접수하면서 서면심사를 통해 이듬해인 지난해 7월11일부터 14일간 두 명의 유네스코 평가위원이 청송을 방문해 현장실사를 수행했다. 지질공원 현장실사에서는 지질관광과 교육, 관광인프라, 지역주민의 참여 등 모든 분야를 점검하지만 그중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지질유산의 국제적 가치 증명이다. 유네스코라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뛰어난 곳이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3박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청송에서는 어떻게 평가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먼저 주왕산국립공원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두꺼운 화산재층으로 구성돼 있고 주왕계곡 지질탐방로는 노약자나 장애인들도 탐방할 수 있을 만큼 편의시설이 잘 조성된 명소로 경관까지 아름다워 평가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그리고 청송백자 원료산지인 법수도석 지질명소는 지질과 역사, 문화가 융합돼 지질공원이 추구하는 콘셉트에 가장 매칭이 잘된 곳일 뿐더러 세계에서도 10개 미만의 지역밖에 산출되지 않는 리튬-베어링 토수다이트(Li-bearing tosudite)라는 광물이 발견돼 국제적 중요성도 뛰어난 지역이다. 여기에 많은 명소들 중 최고는 바로 꽃돌로 불리는 청송 구과상 유문암이었다. 꽃무늬를 보이는 암석인 구상암은 전세계적으로 약 100여 군데 정도밖에 산출되지 않지만 꽃문양의 크기나 다양한 형태, 아름다운 색상 등은 청송에 비교할 것이 안된다.
 

▲ 청송 구과상 유문암
▲ 청송 구과상 유문암

◇지질관광 활성화 미래발전계획 마련

평가위원들과 국내의 많은 지질공원 전문가들은 지질공원이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발전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청송군은 향후 지질관광 활성화 계획까지 청사진을 그려놓았다. 청송의 대표 자원인 사과는 백악기 한반도 동남부를 크게 뒤흔들었던 화산활동으로 뿜어져나온 분출물들이 쌓여 굳어진 땅 위에 재배된다.

토양에 포함된 다양한 성분들이 사과의 맛을 한층 더 올려주기에 `지질푸드(Geo-foods)`라는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패러글라이딩, 산악자전거, 산악마라톤, 모터싸이클 등 청송은 산악스포츠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는 험준한 산악지형을 활용한 `지질액티비티(Geo-activity)` 상품이다.

또한 슬로시티 정신과 연계한 전통한옥 숙박체험은 청송지역의 지형과 기후에 의해 독특하게 발전한 건축방식과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지질하우스(Geo-house)`다.

이처럼 청송지역 관광자원만의 특징을 부각하기 위해서 다양한 콘텐츠의 발굴과 함께 지역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청송군의 미래발전 계획이다. 어느 관광지에서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관광콘텐츠가 아니라 오직 청송만의 자원을 활용한 차별화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 노루용추 계곡
▲ 노루용추 계곡

◇세계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이란?

유네스코가 인증하는 지질공원으로 미적 가치, 과학적 중요성 및 고고학적ㆍ문화적ㆍ생태학ㆍ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세계유산(World Heritage),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과 함께 유네스코 3대 보호제도에 해당하지만 세계유산, 생물권보전지역과 달리 행위 제한이 적고 보호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세계지질공원 운영위원회가 심사·선정하며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정받은 곳만 지원이 가능하다.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 세계지질공원망(Global Geoparks Network) 회원으로 등록되고 4년마다 심사를 받게 된다.

 

▲ 한동수 청송군수
▲ 한동수 청송군수

인/터/뷰 한동수 청송군수

“지질자원 가치 세계가 인정”
도내 유일 세계브랜드 3개 획득

“세계는 바야흐로 `브랜드와 스토리의 시대`다. 브랜드와 스토리가 없으면 지방자치단체도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뒤처지고 만다. 청송은 세계지질공원(UNESCO 인증), 슬로시티(국제슬로시티 연맹 인증),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국제산악연맹 주관)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3개나 갖고 있는 경북도 내 유일한 자치단체다.”

5월 유네스코 청송세계지질공원 등재를 확정지은 한동수<사진> 청송군수는 등재 의미를 `브랜드 선점효과`로 요약했다. 한 군수를 만나 청송이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지질공원 등재에 따른 기대효과는.

△청송은 농업 육성과 함께 관광산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관광산업의 3대 요소는 자연 명승지, 문화 콘텐츠, 그리고 관광객에게 주목 받는 브랜드다. 선캠브리아기부터 형성된 청송의 지질자원은 그야말로 지질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주왕산, 주산지 등의 자연 명승지와 객주문학관, 청송백자 및 심수관도자기 전시관, 청송꽃돌·수석박물관, 장난끼공화국 등 풍성한 문화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다 이번 세계지질공원 브랜드 확보로 인해 관광산업의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상주-영덕 고속도로 개통에 따라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대구에서 1시간이면 올 수 있어 청송이 경북 북부권 최고의 `관광메카`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어떻게 세계지질공원에 도전할 생각을 했나?

△지난 2010년 제주도가 국내 처음으로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이후 울릉도가 세계지질공원 준비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도 주왕산, 청송꽃돌, 국내 최대 면적의 공룡발자국 등 지질자원이 풍성한데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울릉도 조사 용역을 맡고 있던 장윤득 교수(경북대)와 함께 준비에 착수, 2011년~2013년까지 타당성조사 및 기초학술조사를 완료하고, 2014년 4월 청송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그 후 세계지질공원 인증에 필요한 후속 보완작업을 거쳐 2015년 11월 유네스코에 세계지질공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 지질공원 실사단이 현장평가를 하고 있다.   <br /><br />/청송군 제공
▲ 지질공원 실사단이 현장평가를 하고 있다. /청송군 제공

-추진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사실 막막했다. 주민들과 우리 직원들의 뜨거운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세계지질공원 관계자가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일본까지 가서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인증을 받기까지 `지질 유산의 국제적 가치 증명`, `세계지질공원에 대한 청송의 기여도`가 가장 큰 난관이었다. 그래서 전국의 온갖 연구논문을 다 뒤진 끝에 법수도석에서 전 세계 10개 지역 미만에서 산출되는 리튬 등 희귀광물이 포함돼 있음을 밝힌 연구논문을 찾아냈다. 또 국책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과 MOU를 맺고, 세계지질공원 현장 평가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5월말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지역 지질공원 개발 심포지엄`을 청송에서 개최해 지질공원에 대한 청송의 관심을 나타냈다.

-앞으로의 과제는?

△우선 세계지질공원 홍보가 시급하다. 유네스코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상징성을 적극 홍보해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청송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센터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센터는 지질공원 홍보와 국제협력, 지질공원 해설사 양성, 주민교육, 박물관 등 다양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미 세계지질공원이 활성화된 다른 나라에서는 지질공원센터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세계유네스코 지질공원 등재가 확정되기까지 적극적인 지지를 해준 군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청송/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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