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옥 혜

오라, 오라! 손짓한

하늘과 구름과 나무와 풀과 꽃을 향해

기쁨으로 전 속력을 다해 질주했는데

느닷없이 앞을 가로막고 선

보이지 않는 유리창

유리창에 반사된 허상의 유혹에

목숨을 잃어버린 새

죽은 새 위로

유리창을 아슬아슬하게 비껴 날아가는

또 한 마리의 새

저 새가 날아가는 곳은 어디일까?

달리던 환한 길 앞에서

갑자기 나는 더듬대고 머뭇거린다

유리창에 반사된 허상의 유혹에 부딪혀 목숨을 잃은 새에 대한 얘기를 하지만 실은 인간의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얼마나 자주, 우리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허상의 세계에 유혹되고 함몰되어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시인이 말하는 `한 길`이 바로 우리가 설정한 허상의 길이다. 그래도 무모함과 그 무모함이 가져올 엄청난 비극 앞에서 멈추고 머뭇거리는 것은 성숙되고 균형감 있는 생의 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