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찻자리 한마당`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관광객들이 문경찻사발에 담긴 향긋한 차를 즐기며 정담을 나누고 있다.b
▲ `아름다운 찻자리 한마당`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관광객들이 문경찻사발에 담긴 향긋한 차를 즐기며 정담을 나누고 있다.b

완연해진 봄의 햇살에 눈이 부셨다. 청정한 문경새재를 넘어온 따스한 바람이 `2017 문경전통찻사발축제`를 찾아온 관광객들의 얼굴과 손등을 기분 좋게 간질이는 날이었다.

화창한 날씨에 황금연휴가 시작된 날이라 많은 이들의 마음을 들떴던 지난 4월 29일. 찻사발축제가 펼쳐진 문경새재 일원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입구의 축제주제관에서 시작해 사기장(沙器匠·사기그릇을 만드는 사람) 체험을 할 수 있는 새재가마골을 거쳐 특산물 홍보관과 문경도자기 명품관에 이르기까지 꽤 큰 공간이 수만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봄나들이를 겸해 나온 가족이 다수였지만, 젊은 연인들도 적지 않았고, 전세버스를 타고 온 중년의 단체관광객도 많았다. 이들은 한국 전통의 멋을 보여주는 문경찻사발과 도자기의 매력을 만끽하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7년 봄날 한때를 즐겼다.

▲ 중국·이란·벨기에 관광객도 함께 즐긴 `문경의 멋`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외국인관광객이었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외국인들이 축제 현장에서 신기하다는 듯 문경의 찻사발과 도자기를 둘러보며, 한국 전통음식과 차(茶)를 즐기고 있었다.

중국, 일본, 미국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나라에서 온 관광객은 물론 `사막과 붉은색 양귀비꽃의 나라`로 불리는 이란, 멀리 서유럽에 위치한 벨기에에서 온 외국인도 있었다. 멋스런 찻사발에 담긴 전통차를 한 모금 맛본 벨기에 관광객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원더플”을 연발했다. 이는 우리의 멋과 맛이 세계적으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흐뭇한 풍경이었다.

문경시청의 설명에 의하면 이날 찻사발축제장을 찾은 외국인관광객은 1천400여 명. 주한 외교사절과 중국의 도예가, 영남대 박정희정책 새마을대학원 유학생과 경북대 국제개발연구원생 등이었다고 한다.

이번 축제를 준비한 문경시는 다수의 통역 봉사요원을 곳곳에 배치해 외국인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배려한 듯했다. 축제준비에 들인 공력이 만만치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모습이었다.

▲ 문경찻사발과 도자기의 매력을 느끼며 화사한 봄날을 만끽하는 관광객들.
▲ 문경찻사발과 도자기의 매력을 느끼며 화사한 봄날을 만끽하는 관광객들.

▲ 다양한 프로그램 체험관 `꼬마 손님들`에게 인기

5만 원 이하의 대중적인 도자기와 다기(茶器)들이 전시·판매되는 문경도자기획전(문경새재 1관문 앞 잔디광장)이 주부들에게 인기였다면, 다도(茶道)에 관한 궁금증을 눈앞에서 해소해준 `다례시연`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관심을 보였다. 또한, 개막식과 더불어 진행된 `아름다운 찻자리 한마당`은 남녀노소,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의 흥미를 끌기도 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높은 곳은 `체험행사장`이었다. 도예와 관련된 체험프로그램(노래로 만나는 찻사발·찻사발 그림 그리기·찻사발 풍경 만들기 등)과 페이스페인팅이 진행된 행사장은 문경을 찾은 `꼬마 손님들`을 즐겁게 했다.

흙물 속에 숨겨진 구슬을 찾으면 상품을 주는 `흙 속의 진주 찾기`는 특히 인기가 높았다.

이와 관련 축제 조직위원회는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예전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어린이 대상 체험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 연휴도 잊고 문경을 찾은 손님들을 안내하고 있는 시청 공무원들.
▲ 연휴도 잊고 문경을 찾은 손님들을 안내하고 있는 시청 공무원들.

▲ 이틀만에 6만1천367명 방문… 7일까지 계속

문경전통찻사발축제 현장에서 본 색다른 풍경은 또 있었다. 한복을 입은 문경시청 공무원들이 연휴도 잊은 채 관광객을 안내하고, 불편 해소에 분주한 모습이 바로 그것. 매표소 입구에 천막을 설치하고 해외와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들을 환한 웃음으로 반기는 그들의 모습에서 `성공적인 축제`를 바라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문경을 찾아온 분들이 편안하게 관광을 즐기고, 찻사발축제를 좋게 평가해주신다면 이런 수고는 달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라는 문경시청 한 공무원의 말에는 진실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개막식이 열린 지난주 토요일 `2017 문경전통찻사발축제`를 찾은 관광객은 3만312명,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3만1천55명이 문경새재를 찾았다. 이틀 만에 6만1천367명이 즐긴 문경전통찻사발축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축제`로서의 위상이 실감되는 관광객 숫자다. “문경 찻사발의 꿈, 세계를 담다”라는 슬로건 아래 준비된 이번 축제는 오는 7일까지 계속된다.

△관련문의: 054)571-7677

▲ 성주요에서 제작된 도예작품들.
▲ 성주요에서 제작된 도예작품들.

젊은 도예가 강창성 `성주요` 대표
“가마 속 나무·흙·불이 만든 요변
찻사발이 지닌 무한 매력에 빠져”

한국의 전통 장작가마가 일으키는 요변(窯變·불꽃이나 잿물의 상태가 가마 속에서 변화를 일으켜 구워낸 도자기가 예기치 못한 빛깔과 상태를 나타내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2017 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막을 올린 지난 4월 29일. 전통도자기들이 저마다의 멋을 뿜어내는 문경새재 전시관 현장에서 문경도자기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도예가 강창성(37) 씨를 만났다.

서울과학기술대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한 강 씨는 대한민국 도예명장 천한봉 선생에게 사사하고 현재 `성주요` 대표이자 문경도자교육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 `흙과 불의 예술` 도예에 매료된 성주요 강창성 대표.
▲ `흙과 불의 예술` 도예에 매료된 성주요 강창성 대표.

“흙이 가진 본연의 색상과 인간의 힘으로는 조율할 수 없는 불길의 변화가 도자기와 찻사발이 지닌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강창성 대표는 행주공예 디자인대전 대상, 목포 도자기공모전 최우수상, 경상북도공예품대전 장려상, 2016 전국 발물레경진대회 대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대중적인 찻사발은 물론 문경의 전통도자기가 가진 멋과 아름다움, 거기에 도예인들의 삶까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어 그 의미가 작지 않은 행사”라고 문경전통찻사발축제를 평가한 강 대표는 “가마 속에 장작으로 들어가는 나무, 흙, 그리고 불이라는 시원(始原)의 조합을 통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미래의 목표를 전하기도 했다.

청사진인 동시에 `선언`과도 같은 그의 말에서 서른일곱 젊은 예술가의 패기가 느껴졌다.

/강남진·홍성식기자

    강남진·홍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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