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북구 양덕동 `돈의정`
대규모 놀이시설·돌보미까지
부모들 힐링·맛집으로 `인기`

▲ 칼집삼겹살 상차림.

`엄마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하고 물으면 메뉴는 각기 다를지언정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남이 해준 밥`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집밥이 최고라고 하지만, 주부들은 절대 외식을 싫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은 외식 한번 하려면 큰맘부터 먹어야 한다. 최근엔 아이들 출입이 금지된 식당들이 늘어나면서 남이 차려준 밥상 받아먹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 점심특선 상차림.
▲ 점심특선 상차림.

이처럼 노키즈존(No Kids Zone)이 늘어나는 판국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놀이방을 만들고 심지어 아이를 돌볼 선생님까지 둔 식당이 있다. 포항시 북구 양덕동의 돼지갈비전문점 `돈의정`은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향해 손짓한다. `이리 와 고기 한 점 드시게, 아이는 잠시 맡겨두고.`

돈의정 식당은 지역 주부들 사이에서 웬만한 키즈카페보다 낫다는 칭찬이 자자한 곳이다. 지난해 5월 영업을 시작했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가장 큰 비결은 놀이방 때문이다. 식당 안에 30평 규모로 키즈존을 만들고 최신 놀이시설까지 들여놨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맘껏 뛰어노는 동안 엄마는 맘 편히 배를 채울 수 있다. 그야말로 여심을 제대로 꿰뚫었다.

▲ 칼집삼겹살.
▲ 칼집삼겹살.

건물 3층에 자리한 이 고깃집은 위치적 단점을 넓은 공간이 지닌 장점으로 극복했다. 가족, 직장인처럼 단체손님을 겨냥해 구석구석 테이블 34개를 배치했다. 홀에 앉을 수 있는 인원만 해도 160명이다.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여럿이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최대 16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개별룸 3곳도 꾸몄다. 룸을 모두 합치면 최대 50명까지 한 자리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

돈의정의 야심작은 어린이 놀이방 `키즈존`이다. 단순히 크고 넓은 놀이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선 지역대학 유아교육과 학생 3명이 평일 오후 5시 30분부터 9시까지, 주말엔 정오부터 저녁 9시까지 일주일씩 놀이방을 지키고 아이들과 놀아준다.

▲ 돈의정 식당 내부.
▲ 돈의정 식당 내부.

허일환 사장은 “키즈존은 아이를 둔 부모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만든 고객서비스존”이라며 “첫 사업 도전이자 요식업 운영도 처음이지만, 식당 안에 놀이방만큼은 최고로 짓고 싶었다. 건물 리모델링 할 때부터 키즈존을 미리 구상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키즈존에 설치된 CCTV는 식당 내부 벽에 달린 화면과 연결돼 있어 어느 자리에서든 실시간으로 아이 동태를 확인할 수 있다. 허 사장은 “키즈존 소문이 퍼지면서 여기저기서 벤치마킹도 왔다. 포항에서 내로라는 고깃집에서 찾아와 놀이방을 둘러보고 운영방법을 물어가기도 했다. 돌봄 선생님이 상주하는 식당은 아무나 따라할 수 없다. 포항은 물론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자랑했다.

단순히 놀이방 때문에 주부들로부터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이것저것 깐깐히 따지는 주부들은 돈의정이 음식에 사용하는 식재료, 플레이팅, 청결, 맛까지 칭찬한다.

돼지갈비와 칼집삼겹살이 주 메뉴인 이곳은 100% 국내산 생고기만 사용한다. 파 무침에 넣는 고춧가루조차 국내산을 넣어 버무린다. 허 사장은 “놀이방 때문에 우리 집에 온다는 말을 듣거나 손님들이 색안경을 끼고 음식을 평가하지 않도록 식재료에 특히 신경 쓴다”고 말했다.

담백한 고기 맛도 일품이지만, 기본 상차림이 무척 알차고 푸짐하다. 담음새도 정갈해 식사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에 힘입어 점심특선 3가지 메뉴도 선보였다.

▲ 어린이 놀이방.
▲ 어린이 놀이방.

가장 인기 있는 요리는 돼지짜박이. 돼지고기를 넣고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끓여 먹는 요리다. 반찬 가짓수만 해도 각종 쌈 채소부터 나물무침, 고등어무조림, 생선구이 등 다양해 집밖에서 먹는 집밥으로 손색이 없다. 여기다 달걀프라이는 무한리필. 이 정도면 거의 자선사업 수준이다.

허 사장은 “조선시대 영의정처럼 돼지고기만큼은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식당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돈의정이라 이름을 지었다”면서 “특히 아이 때문에 식당주인 눈치 보던 주부들이 우리 식당에서만큼은 여유를 느끼며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건 `아빠들`의 역할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외식비도 절감하고 저녁시간도 생겼으니, 이 여유를 가족친밀감 강화를 위해 쓴다면 어떨까.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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